KBS 9시뉴스 앵커인 이윤성씨가 민자당에 입당했다. 강우혁씨가 인천시장 공천 경쟁에서 탈락, 자민련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공석이 된 민자당 인천시 남동구 지구당 조직책에 임명된 것이다. 이씨는 조직책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회사에 들러 사표를 냈다.

전임 박성범앵커에 이어 이번에 이윤성씨가 민자당에 입당함으로써 지난 10여년간 KBS 9시뉴스를 대표했던 두명의 앵커가 모두 집권여당에 몸을 담게 됐다.

언론인 이윤성씨의 ‘정치인 이윤성’으로의 변신이 새삼스럽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한국의 언론풍토에서 이런 류의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김영삼정부 들어서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어느 면에서는 과거 정권보다 언론인 출신이 더욱 우대받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오인환공보처장관, 주돈식문화체육부장관, 이경재공보처차관이 모두 언론계 출신으로서 중용된 바 있다.

언론인의 ‘말 바꿔타기’는 한시대 권력과 언론의 유착관계의 정도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윤성씨의 경우 그가 ‘현직앵커’라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않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비판하던 사람이 갑자기 집권세력의 대변자로 나서는 모습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그들이 느낄 우리 언론의 ‘독립지수’는 얼마나 될까.

언론은 ‘거쳐가는 곳’이 아니다. 최종 목적지를 ‘집권세력의 편입’에 두고 언론을 그저 집권세력에 잘 보이기 위한 통로 정도로 생각했던 ‘철새언론인’들 때문에 우리 언론이 얼마나 질곡에 빠졌던 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이제 제발 끝났으면’ 하는 그 구시대적 행렬이 다시 이어진 것이다. 이윤성씨 개인이야 할말은 있겠지만 그의 민자당행에 많은 사람들이 섭섭함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민자당이 이씨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그가 9시뉴스 앵커로서 국민들에게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호감을 받은 것은 사회 곳곳의 부정과 비리를 비판했던 ‘언론인 이윤성’이지 ‘정치인 이윤성’이 아니다. 이걸 착각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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