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지로 선정된 12일 서울과 제주에서 천주교 신부들이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과 생명평화의 섬 실현을 염원하는 뜻을 알리기 위한 단식 기도회를 벌이고 있었다. 국내 언론은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지로 선정되어 대한민국에 대한 국내외 인지도가 높아져 관광객 증가 등으로 막대한 경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관련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세계 7대 자연경관지로 선정된 국가를 제외한 지역의 주요 언론은 대부분 이 행사 기사를 아예 보도치 않았다.

이 선정 행사는 누구나 무제한 투표를 할 수 있어 ‘완벽하게 비과학적’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LA 타임즈 2007년 7월 8일). 세계 자연유산 등재 기구인 유네스코는 '뉴세븐원더스(The New7wonders)' 재단의 세계 7대 자연경관지 선정 사업이 시작된 2007년 대상지 선정 방법과 그 목적 등에 의문을 제기한 뒤 관여치 않는 태도를 취해왔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제주도가 선정되어 향후 연간 관광객이 외국인인 최대 73.6%, 내국인은 8.5% 증가해 연간 최대 1조2천여억원에서 최저 6천300여억원의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은 국제적으로 선정 행사에 대한 인지도와 공신력이 높았을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한국 정부와 언론이 이벤트성 행사에 치중해 국제 사회로부터 공신력이 크게 의심받고 있는 뉴세븐원더스의 사업이 마치 전 세계적인 큰 행사인양 홍보하는 것은 ‘우물속의 잔치’와 같은 모습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전국에서 온 '평화의 비행기' 일행이 지난 9월3일 제주도 강정마을 부근을 순례하고 있다. 최훈길 기자 chamnamu@mediatoday.co.r
 
한편 영국 BBC, 러시아의 RT, 중동의 알자지라, 미국의 NYT 등 해외 언론은 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군사기지 역할을 담당해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경우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존속키 어려울 것이라는 주민들의 주장을 보도하고 있다. 이들 해외 언론은 제주도 강정 마을의 주민 등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과 경찰 및 해군과의 충돌을 집중 보도하는 추세를 보였다.

‘제주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와 천주교 제주교구는 오는 16일까지 강정마을 내 사거리에서 ‘생명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단식 기도회’를 벌일 예정인데 이는 지난 7일부터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기도회를 벌이고 있는 천주교연대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연대하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천주교측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이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 결정이고,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정부와 제주도에 이러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 신부들이 단식 기도회를 열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제주 해군 기지가 북한에 대항하고 해상 운송노선을 확보하며 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필요할 경우 미군 함정이 정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쪽의 주장으로 해외 언론에 소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제주 해군기지는 북한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목표로 삼는 기지로 활용될 것이다. 강정마을 주민 94%는 해군기지 건설이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 의회는 해군에 건설 중단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해군 기지 시설은 20척의 구축함, 2척의 항공모함, 두 척의 잠수함 등이 정박할 수 있으며 최첨단 미사방어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제주도는 중국 본토에서 300마일 떨어져 있으며 미군의 군함이 중국을 타겟 삼아 작전을 전개할 경우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제주도가 군사작전 대상지역이 될 수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근본적으로 기지 항만설계의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해군측의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제주도의회의 공사 중단 요구, 문화재청의 공사 중단 요구, 제주도측의 시험발파 중단 요구 등이 모두 묵살된 바 있다. 제주도 현장에서 연행과 항의가 반복되면서 해군의 비공개 막무가내식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제주도의 빼어난 풍광을 세계적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것을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자연파괴와 군사적 위험 가능성이 높은 해군기지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모습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독려하면서 취임 후 최초로 자발적으로 국회를 방문하는 등 미국의 부당 이익을 챙겨주려 한다는 의혹을 자초하는 것과 매우 닮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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