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PD들의 자유가 창의성을 가져오고 프로그램의 다양성으로 반영됩니다. 그런데 심의위 결정에 따라 징계를 받으면 심리적 위축이 너무 큽니다. 4대강 문제, 천안함 문제로 프로그램 만들었던 PD들이 '너희 왜 2탄 안 만드냐'라고 질문하는데 정말 도전하기 힘듭니다. 넘어야할 산이 너무 높습니다"

황대준 한국PD연합회 회장의 말이다.

황 회장의 발언은 2008년 출범 이후 3년이 흐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방송계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황 PD의 말처럼 방송계 종사자들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징계'를 먼저 걱정해야할 판이다. 실제 방송 PD들의 징계는 정부의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든 곳에 집중돼있다.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을 조성하기"위한 것이라는 방통심의위의 모토가 무색할 따름이다.

11일 성공회대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현장은 '더 이상 방통심의위를 두고 볼 수 없다'는 분노의 목소리와 한숨이 뒤섞였다.

이 자리에서는 공정성 심의규정 폐지, 방통심의위원 구성 변화 방안, 국민참여 민간자율심의기구 등 방통심의위 재편 방안이 쏟아져 나왔다.  

방통심의위 성토..."심의규정 삭제해 징계 정당성 없애야"

"최근에 방통심의위원회가 정부정책 비판 프로그램들에 가한 징계나 징계 여부는 방송심의라는 방법을 통한,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압박과 억압으로밖에 이해될 수 없다. 이는 언론의 자유,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실상 방통심의위가 정치 편향적 검열기구로 전락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방통심의위의 행태가 가능했던 이유로 '초법적인 심의규정'을 들고 즉각 폐지할 것을 밝혔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정성 관련 심의 개별 조항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특정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 등 자의적 기준으로 이뤄져 심의를 하는 사람들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모호한 공정성 심의 규정이 방심위의 징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방송법 시행령도 아닌 방통심의위가 자의적으로 제정한 심의 규정에 근거하여 심의하고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행정권에 의한 언론 통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 교수는 현행 여당인사 6명, 야당인사 3명으로 구성된 방통심의위 9인 체제에 대해서도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새로운 구성 방안을 제안했다.

최 교수가 제시한 방안은 국회 교섭단체에서 일정 수의 심의위원추천위원을 선임해 그 추천위원들의 공모을 받은 후 최종 심사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최소 심의 규제를 원칙을 내세웠다. 불공정 방송의 피해자를 특정할수 있을 때만 한정해 심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사무처장은 특히 방송심의위원회 산하에 '시청자참여심의제도'를 운영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언론의 자유와 관련된 사안의 경우 시청자참여심의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형 민간심의기구 만들자

반면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심의기구 폐지나 자율규제에 모두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소장은 자율규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제작자에게 압력을 가하고 내부 압력을 쏟아내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심의 규제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방통심의위를 없애고 새롭게 만드는 것은 비용과 시간, 굉장히 많은 논의 거쳐야 하는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개방형 공모 절차를 통한 방통심의위원 선출 ▲법정 제재시 만장일치 제도 등을 제안했다.

특히 윤 소장은 현행 여당인사 6인, 야당인사 3인으로 이뤄진 9인 체재의 방통심의위원 구성상 정치 편향적인 결정이 나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가결 요건을 7명으로 하자는 이색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윤 소장은 끝으로 국민참여로 이뤄진 민간심의기구를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윤 소장이 밝힌 민간심의기구는 성별, 세대별 등 일정수의 국민을 상대로 위원을 모집해 내년 총선과 대선 보도를 대상으로 '국민참여 심의'를 하겠다는 발상이다.

장지호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공정거래위원회를 '벤치마킹'해 심의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며 방통심의위원 구성시 법적 판단을 전문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변호사 그룹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