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의 인터넷 통신심의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는 법안이 검토되고 있다.

행정기구인 방통심의위의 자의적인 심의를 막고 불법정보의 최종 판단은 법원의 판단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조항을 갖춘 법안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현재까지 방통심의위는 정보의 불법성을 판단하고 게시글을 삭제하고 인터넷 계정 자체까지도 차단해왔다. 일례로 대통령 욕설을 연상시키는 계정을 차단시키는 등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결국 검열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11일 성공회대에서 열린 '인터넷 내용심의, 행정심의에서 자율규제로' 2012 미디어정책 연속토론회에서 '방통심의위가 임시접속차단을 요청하고 법원에 불법정보심판을 청구해 최종 불법정보를 판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법안은 방통심의위의 직무를 적시한 '방송통신위원회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방통설치법)' 제21조를 개정한 것이다.

   
▲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법안에 따르면 방통설치법 제21조(심의위원회 직무) 3항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에 규정된 임시접속차단요청에 대한 심사, 임시접속차단명령, 불법정보심판절차진행, 불법정보심판결정에 대한 불복 및 그에 따른 절차진행'이라는 문구를 신설했다.

양 변호사는 이번 법안에 대해 "행정기구에 의한 잠정적 판단에 종국적 효력을 부여하거나 접속차단의 장기화는 사실상 해당정보의 삭제와 같은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즉각적인 사법심사절차를 통해 잠정적 판단에 잠정적 효력을 부여하되 사법심사를 통해 종국적 판단을 얻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방통심의위가 이용자 등의 요청에 따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의 불법성을 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임시적으로 접속을 차단할 뿐이고 불법정보심판청구에 따라 불법성을 소명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법안대로라면 사실상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심의는 임시조치에 그치고, 법원이 최종 판단해 불법성 여부를 가리게 된다. 현재까지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게시물을 삭제, 차단해온 방통심의위 인터넷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에는 방통설치법 제21조 4항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삭제토록 했다. 해당 조항은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차별적으로 통신 정보를 삭제시키는 조항으로 악용돼왔다.

이번 법안은 현재 진행 중인 인터넷 규제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헌법 심리에서 위헌이 나올 경우를 대비한 대체법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학계 인사들은 이번 법안을 놓고 수시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조율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가한 패널들은 이번 법안의 보완할 점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 연대 이사는 "심의대상을 축소하고 법원의 절차를 따르도록 하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정부 부처들의 심의 요청에 대한 요건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경재 경희대학교 교수는 방통심의위 위원 구성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대통령, 여당추천 6명, 야당추천 3명으로 구성돼 있어 논란이 되는 심의 규제에 대해서는 정치 편향적 결정을 내리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송 교수는 "심의위원의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정치권 3명에 변호사단체, 언론단체, 인터넷언론, 사업자단체, 학계, 기자협회, 언론 노조, 학부모 단체 등 다양한 단체에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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