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사가 9일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으나 경찰이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체포하기 위해 공장안으로 진입하면서 최종 협상 타결에는 실패했다.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고 한진중공업 노조의 조합원 투표만이 남은 상황에서 경찰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무리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일보도 경찰의 대응을 질타하고 나섰다는 점.

조선일보는 10일자 12면 <“김진숙 체포 막자” 또 꼬인 한진중 사태> 기사에서 한진중공업 협상 타결 소식과 경찰의 대응으로 조합원 총회가 무산된 상황을 전하며 “이 같은 경찰의 대응에 대해 ‘지혜롭지 못한 어설픈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11월10일자 12면.
 
조선일보는 “노조가 영도조선소 내 광장에서 찬반투표를 위한 조합원 총회를 마무리할 무렵이던 오후 4시쯤 ‘경찰 수백명이 김 위원이 농성 중인 85호 크레인 아래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투표하려던 조합원들과 조선소 밖에 있던 정리해고자들이 85호 크레인으로 몰려들어 경찰과 대치했다. 노조 측은 즉각 총회를 중단했고 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배경을 보도했다.

이는 같은 날 동아일보가 “(노조 조합원 총회에서)잠정 합의안을 설명하고 토론회가 마무리될 때쯤 ‘경찰이 김 지도위원이 있는 85호 크레인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돌발상황이 생겼)다”며 “노조 측은 즉각 총회를 중단하고 85호 크레인으로 몰려갔다. 영도조선소 밖에 있던 정리해고자들도 크레인 앞으로 몰리면서 본관 출입문을 부수는 등 소란을 피웠다”고 전한 것과도 다른 어조다.

동아일보가 경찰력 투입 이후 노조원들이 “소란을 피웠다”고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는 “경찰과 대치했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한진중공업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내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 <한진중공업에 무슨 일이…4년 동안의 전말>보도에서 “부산지법은 ‘김 위원은 크레인에서 즉각 내려오고 사업장에 출입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김 위원은 지금까지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희망버스에 대해서는 수차례 “외부세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등은 경찰의 무리한 진입과 이를 요청한 한진중공업 사측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한겨레는 10일 사설을 통해 “어렵사리 이뤄낸 잠정합의가 영도조선소에 경찰이 출동하면서 노조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경찰이 김 지도위원의 현장 체포를 고집한다면 한진중 사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산되고 잠정합의도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도 “어설픈 경찰력 투입이 330일 만의 한진중공업 사태 타결을 하루 더 미뤘다”고 지적했으며 경향신문도 <경찰이 크레인 둘러싸, 김진숙 또 못 내려왔다> 기사에서 노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조합원들이 총회를 열고 있는데 경찰이 왜 김 위원을 검거하기 위해 진입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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