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검 공안부장이 참석한 공안대책회의에서 한-미 FTA 관련 유언비어, 괴담 등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현행범 체포와 구속수사까지 언급한 것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저해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본다.”

한나라당 황영철 공보부대표는 8일 이명박 정부의 ‘공안대책협의회’ 결과에 대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원내지도부 회의 결과를 전했다. 대검찰청 공안부가 대검 청사에서 경찰청, 외교통상부, 방송통신위원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과 공안대책협의회를 열고 SNS ‘괴담’ 유포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로 다음 날 여당이 급제동을 건 셈이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SNS 여론 영향력에 직격탄을 맞았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사실상 SNS와 전쟁을 선포한 이명박 정부의 행동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다.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여론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고민의 지점이다.

   
@CBS노컷뉴스
 
황영철 공보부대표는 “SNS 등 인터넷 상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건전한 장이 형성되는 것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으로써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이런 뜻을 대검 공안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공안검찰’을 전면에 내세워 국민을 향해 ‘으름장’을 놓더니 하루 만에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집권 여당도 외면한 이명박 정부의 무리수는 한미 FTA를 둘러싼 조바심의 반영이다.

정부의 논리와 정책이 국민의 우려를 낳고 있다면, 정책과 그 기조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그러나 국민을 겁주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80년대 ‘군사정권식 국정운영’ 행태를 선택했다.

조선일보 사설을 통해 트위터를 우려하는 사설을 내보낸 당일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11월 7일자 <트위터, 이대로 가면 ‘언어 테러’의 흉기다>라는 사설에서 “트위터와 인터넷은 신문.방송 등의 전통 매체와 달리 메시지가 취사선택, 정화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잘못 쓰이면 언어 테러의 흉기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트위터 등 SNS 괴담 유포에 대한 단속 입장을 밝혔다. 검찰이 '강경대처' 운운하면 국민의 합리적 의문마저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노린 것도 이것인지 모른다. 국민이 SNS를 통해 한미 FTA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정부 대책의 문제점에 대해 공유하는 행위 자체를 위축시키려 했는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무리수였다.

   
조선일보 11월 7일자 사설.
 
참여연대는 검찰 주장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2008년에는 촛불집회, 2009년에는 ‘미네르바’ 사건, 2010년에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에서, 정부의 정책이나 발표와 다른 내용을 말하는 시민들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공익을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했다. 검찰은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공익’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가치를 내세워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형사범죄자로 내몬 것이다. 그러나 그 근거가 되었던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통신죄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위헌이 되었다. 1961년에 만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었던 법률이 시민들의 입을 막기 위해 악용했던 검찰 때문에 결국 사라진 것이다.”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 운운하면서 으름장을 놓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허점투성이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언제까지 국민을 겁줘서 국정을 운영하려고 하는가.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권력을 틀어쥐고 공권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80년대 ‘군사정권’ 통치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도대체 '괴담'은 무엇인가. 'BBK 의혹' '도곡동 의혹' 등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리하면 괴담인가. 아니면 말도 안 되고 괴상한 주장이 괴담인가. 그렇다면 G20 정상회의 개최로 한국경제에 450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란 주장은 괴담인가 아닌가.

진짜 괴담을 유포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지,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괴담'으로 치부하며 틀어막으려는 모습은 결국 망신만 자초할뿐이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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