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선거 결과를 두고 2030 세대들의 소셜네트워크(SNS)의 승리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율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정치적 표현의 장으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NS 및 앱 심의를 전면 마크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을 입안했다.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나꼼수를 비롯한 SNS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검열기구라는 의혹이 쏟아졌다.

그러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고 "정보통신망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정치적인 내용에 대한 심의’는 할 수도 없고 하여서도 안 되는 것이며 SNS 등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직선거법」위반 사항은 동법 제82조의4(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따른 선거관리위원회의 소관사항으로 자기는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다"고 잡아뗐다.

논란은 여기서 끝난 것일까? 7일 서울 통인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여경 진보네크워크 활동가는 이번 방통심의위의 입장에 대해 한마디로 "자기 조직을 살리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따르면 "정보의 내용이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방송을 심의할 수 있다. 하지만 나꼼수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심의할 수 없다. 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음란, 명예훼손, 사이버스토킹, 해킹,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행행위, 국가보안법 위반 및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 심의할 수 있는데 방송심의위 측은 "‘나는 꼼수다’는 총 26회의 정보가 유통될 때까지 위 정보통신심의규정을 위반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서 시정요구 받은 바 없으며, 특히 ‘나는 꼼수다’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 당사자의 신고가 있어야만 심의를 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당사자의 신고가 없었기 때문에 심의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방송심의위 측이 방송통신위 설치법에 따라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쏙 빼버렸다는 사실이다.

장여경 활동가는 "방통심의위의 발표는 심의를 안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 법이 못하는 것도 아니고,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피해가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뉴미디어심의팀 신설 역시 방통심의위 시정명령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헌법 소원이 제기된 상황에서 조직의 존폐에 맞선 하나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장여경 활동가의 주장이다. 장여경 활동가는 방송심의위는 행정기관에 불과하며 방통위의 심의는 법원이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과 방통심의위 관계자들이 "불법, 음란, 애플리케이션 유통 방지를 위하여" 협력 회의를 갖고 "뉴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매체 특성의 최적화된 심의 방안 마련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위하여 관련 기관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송심의위는 불법 정보를 올린 SNS 계정을 차단하고 있지만 모바일 즉, 스마트폰으로 접근하는 것까지는 기술적 어려움으로 막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강제 차단하는 기술적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장여경 활동가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이하 방통심의위)가 SNS와 앱 심의를 할 수 있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해  조직 개편안 입안을 예고했는데, 또 다른 검열 기구를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방통심의위가 인터넷을 행정 심의하는 것에 대해서 개인과 민간 단체가 제기한 헌법 심리 중인 사건이 여러개다. 만약 이기게 되면 해당 법 조항이 사라지는 것인데 저희가 봤을 때 방통심의위는 위헌 결정이 나도 살아남는 데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모두 심의할 수 있는데 새로운 팀을 만든 것은 법 조항이 사라지더라도 조직을 살리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제기된 헌법 소원에서 불법성 여부만 판단되면 방통심의위가 근거로 삼고 있는 법 조항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을 우려해 새로운 기구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 이번 방심위의 입장을 보면 나꼼수는 방송이 아니라서 심의할 수 없고,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이 제기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건 거짓말이다. 방통심의위가 낸 보도자료를 자세히 보면 문구가 묘하다. 나꼼수는 팟캐스트라 방송이 아니라서 방통위 설치법에 따른 방송 내용의 공정성 여부를 심의할 수 없지만 통신 조항으로 가능하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얘기는 쏙 빼놓고 교묘하게 쓰고 있다. SNS 심의와 관련해 이미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이 대통령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차단되지 않았느냐. 이번 입장은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 나꼼수 등 팟캐스트를 과연 심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는데?

"맞다. 심의를 하면 망신스런 상황이 올 수 있다. 실제 팟캐스트를 PC로 접근하면 차단할 수 있지만 모바일로 접근해 다운을 받으면 기술적으로 어려워 차단할 수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최근 방통심의위 위원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자리에서 나꼼수를 비롯한 SNS 등 뉴미디어를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술적 차단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사업자를 통해 강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결국 방통심의위의 행정심의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 권한을 없애는 방안 뿐인가?

"불법 정보의 판단은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할 게 아니라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만약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면 기왕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권한을 가진 법원이 판단해야 하는 것과 같다. 또 불법 정보가 아닌 것은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하면 된다."

 

   
 
 

- 행정심의를 막기 위한 다른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박경신 방심위원은 일방적 결정 구조인 9인체재를 바꾸고 게시자를 심의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심의는 콘텐츠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 불법정보가 있다고 해서 계정을 통째로 차단하는 것은 엄청난 위헌적인 행위이다. 궁극적으로는 불법정보를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통심의위가 나꼼수를 정치적 심의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문제라고 보면 규제될 수도 있지만 방통심의위가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 다른 나라에도 이런 심의기구가 있나.

"행정심의기구가 적고, 심의를 한다고 해도 '차일드 포르노 그래피'만 차단하는 것이 대다수다. 우리와 같이 이렇게 심의하는 이런 국가는 없다."

- 우선 가장 기본적인 인터넷 실명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많다.

"인터넷 실명제는 국가가 강제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언론사라고 하면 어떤 언론사는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독자 투고를 받을 수도 있고 내부 고발 활성화를 위해서 실명제를 안할 수도 있는 문제다."

- 네이트 정보 유출과 같은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건도 결국 국가가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가 근본 배경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네이트 정보 유출사건은 지난 7월 28일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와 싸이월드에서 3천 5백만 개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사건인데 정보 유출 피해를 당한 시민들은 앞으로도 평생 유출된 주민번호를 사용하면서 2차, 3차 피해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80여명이 주민정보 변경을 허용해달라는 민원을 넣었고, 행정안전부가 불가 입장을 밝혀 주민번호 변경을 청구하는 공익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 개인 정보 보호 및 정부 권력 감시 활동자로서 이번 정부 들어 이전 정권과 비교해 표현의 자유 정도라던지 그 억압의 체감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

"사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행정심의의 원형이나 인터넷 실명제는 이전 정부부터 내려오는 제도다. 이전 정부도 인터넷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번 정부의 특성이 있다면 정치적 비판에 대해서 굉장히 관대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비판에 대해서 행정심의제도와 같은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정부에서도 동성애 사이트나 군대 반대 사이트를 차단하고 그랬지만 현재 정부는 MB라는 표현자체를 못 쓰게 하니까 그 강도가 다른 것이다. 정치적 비판의 포용력에 대해서 매우 경직돼 있고, 굉장히 권위적이다.  인터넷 패킷 감청 문제도 99년 실천연대 재판에서 알려졌는데, 현 정부는 민간인을 사찰하는 게 다르다. 말하자면 국가보안법이 냉전시대의 산물로 현재 오남용이 안될 줄 알았는데 폐지를 안했더니 오남용되는 현실과 같다고 보면 된다."
 

   
 
 

- 이명박 정부 들어 감시의 행태가 강화되면서 활동가의 일상 생활도 많이 변했을 것 같다. 해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다던지, 사생활 보호를 위해 특별히 행동하는 수칙이 있나?

"회선을 감청하고 지메일까지 들여다 본다고 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나? 진보넷에서도 메일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논의해서 통째로 메일을 암호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봤는데 방법이 없다."

- 그럼, 이명박 정부의 감시사회 시스템 하에서 시민들이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위축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의도하는 것인 바로 위축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정부)도 콘텐츠가 백이면 깨끗하게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시범타를 만들어서 자기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전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위축 효과라는 것인데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보면 가장 나쁜 것이다. 이들에게 저항하는 것은 위축되지 않은 것이다."

특별 취재팀 이정환·최훈길·이재진 기자

 

   
파놉티콘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일종의 감옥 건축양식이다.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을 합성한 단어로 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이다. 사진은 프레시디오 모델로 감옥의 내부. ⓒ위키피디아.
 

감시사회를 말한다, 시리즈 연재 순서.

1부. 일상화된 감시·검열 시스템.
1. 여는 글, 뉴 ‘빅 브라더’ 시대.
2. 방통심의위를 해부한다.
3. 방통심의위의 이중 잣대.
4. 무차별 접근 제한, 포털 임시조치.
5. 방송법 32조, 차별적 방송 심의.
6. [인터뷰]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방통심의위 심의위원.
7. [인터뷰] 김보라미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

2부. 감시사회의 제도적 기반.
8. 일상적 검열, 정보통신망법과 인터넷 실명제.
9. 민간인 사찰의 법적 토대, 전기통신사업법과 통신비밀보호법.
10. 광범위한 개인 정보 수집, 정보통신망법과 전자주민증.
11. 표현의 자유 위협하는 명예훼손 고소·고발.
12. 판도라의 상자, 소셜 네트워크 규제.
13. [인터뷰]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14. [인터뷰]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3부. 여론 통제와 언론 장악의 기제.
15. 냉전 이데올로기의 유물, 국가보안법.
16. 정치 참여 가로 막는 낡은 선거법.
17. 정치·자본 권력의 언론 장악 메커니즘.
18. 테러리즘과 해외 동향.
19. [인터뷰]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
20. [인터뷰]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
21.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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