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한미 FTA 비준 강행 처리를 우려한 대학생과의 대화에서 "트위터에서 나온 논리"라고 깎아내렸다.

10. 26 서울시장 재보선 참패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명망가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2일 대학생들과의 토론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홍 대표는 이날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 특별기획 ‘정치인과 20대 청춘과의 끝장토론’에 생방송으로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대학생 이재욱씨(26)는 한미 FTA 비준 처리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씨는 "볼리비아에서는 미국계 회사인 벡텔이 상수도 사업을 유치해 갑작스레 수돗세를 올려놓고 수돗물 대신 빗물을 받아 썼는데 자기 이윤 추구가 방해된다며 정부에 항의해 자제를 했다"고 말했다.

   
백지연 끝장 토론회에 참여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이씨의 발언은 2일자 주요 신문에서 다룬 내용으로 미국과 투자자 국가소송제 조항을 포함한 FTA를 체결한 뒤 나온 볼리비아의 폐해를 지적한 것이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한국이 남미 볼리비아나 그런 나라처럼 형편없이 당할 나라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씨는 "FTA를 급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G20 국가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떳떳하게 말할 거리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학생이 애기하는 논리는 트위터에서 나오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홍 대표는 “트위터 공간에서 나온 얘기가 전부 사실만 돌아다니느냐, 정확한 정보가 나와서 사실을 잡아가는 경우도 있고, 잘못된 정보가 몇시간만에 수백만명에게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를 불러놓고 토론하는 것이 맞지, 비전문가들끼리 신문이나 트윗 공간에서 일부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얻어서 토론하는 것은 결론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 직후 모바일을 활용한 소통의 정치를 강조한 한나라당이지만 젊은 세대들과의 인식과는 한참 멀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이를 반영하듯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한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김솔샘씨(21)는 "트위터를 하는 국민들은 당연히 비전문가가 많지 않을까요"라고 되묻고 "한미 FTA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설명한 시간을 줘서 처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성수(25)씨는 "명망가를 영입한다고 하는데 SNS가 뭔지 아느냐"며 "명망가를 영입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에서 'SNS 명망가'를 도입하는 말이 나온 그 자체가 인터넷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SNS의 특성에 무지했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이 같은 지적에도 일부 언론의 탓이라고 잡아뗐다.

홍 대표는 "SNS를 모른 분이 많아서 명망가를 영입해서 배운다고 했다"면서 "그것을 가지고 일부 언론에서 비아냥대고 하는 것이 참 정치를 하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어떤 때는 심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한 지난 31일 대학생들과의 타운미팅 자리에서 나온 '이대 계집애들' 발언에 대해서도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홍 대표는 이화여대 소속 김다연씨가 "이화여대에 대해서 굉장히 안 좋게 얘기했다. 좀 기분이 언짢았다"고 하자 "대구에서 일류여고를 나온 분(미팅 상대)인데, (저의)고등학교를 물어보고 바로 나가버렸다. 그때 상처가 깊어서 4년 내내 이대 학생들을 미워했다. 지금은 어떠냐고 해서 참 좋아하다고 얘기했는데 (언론이)앞뒤로 잘라버리니까 그게 오해되게 나갔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신문사 여기자 폭언 논란과 강용석 의원 성추행 발언 사건에 대해서도 언론의 탓으로 돌리는 인식을 드러냈다.

김새날씨(25)는 "저축은행 연루설에 대해 여기자가 질문했는데 당시에 '그런 거 왜 물어. 그러다가 맞는 수가 있어'라고 해서 언론을 준비하는 여학생들에게 큰 상처가 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제가 깡패 잡는 강력부 검사를 오래했다. 그래서 좀 말이 거친 경우가 많다"며 "당 대표가 되기 전에는 아무리 거친 말을 해도 그게 기사로 나간 일이 없다"고 항변했다.

홍 대표는 강용석 의원 성추행 발언 사건에 대해서도 "15대 국회에 처음 들어갔는데 그때 문화가 그런 농담을 마음대로 얘기하는 것도 문제 삼지 않았다"며 "16대부터 인터넷이 발달하고 인터넷 언론이 등장하면서 세상 가림이 없어졌다. 15대 때는 별 문제가 안됐고, 사실 기사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 직후 한나라당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접점을 확대하고 있지만 되려 젊은 세대들의 뼈아픈 지적에 대해서는 '트위터 논리’라며 소통을 닫아버린 꼴이다. 특히 구설에 오른 발언에 대해서는 언론에 화살을 돌리면서 자성하기보다는 외부로 책임을 돌린 모양새가 돼버렸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전국 20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 결과,'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원인'이라는 질문에 '현 정권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는 응답이 53.8%, ‘젊은 유권자들과의 소통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0.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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