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안기부의 북한 영상자료에 대한 통제가 부쩍 강화돼 각 방송사가 북한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애를 먹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안기부는 방송사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담은 화면을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 각 방송사 북한프로 담당자들에 따르면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북한TV 드라마나 연속극 등은 안기부가 애초부터 불허 방침을 통보, 요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경우도 이른바 북한에서 ‘계몽영화’라고 불리는 선전용 필름만 가끔 제공할뿐 일반영화 자료는 주지 않고 있다.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입수한 북한관련 화면도 안기부와 ‘사전협조’를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장면이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방송사는 4월말 평양축전 행사와 관련, 안기부에 집단체조 장면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후 미국 CNN과 영국 방송사가 내보낸 화면을 입수해 20초간 이를 내보냈다가 관계자로부터 “이렇게 나오면 앞으로 자료화면을 주지 않겠다. 윗분의 지시다”라는 위협을 받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한 방송사 관계자는 “북한관련 프로도 다른 방송사와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서 안기부가 자료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 제작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안기부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달초 재일교포가 비디오로 찍은 북한관련 화면을 내보냈던 또 다른 방송사는 안기부와의 협조 과정에서 평양시내 전경, 주체사상탑, 북한 지역에서 찍은 판문점 장면을 삭제하고 내보내야 했다.

심지어 노래가사조차 앞뒤를 잘라내고 김일성부자를 우상화하는 내용만 편집해서 제공, 전체적으로 노래가 연결되지 않는 등 프로그램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김정일 당비서에 대한 화면 제공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이에 따라 김정일 당비서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키로 했던 한 방송사는 안기부와의 자료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프로그램 제작을 포기하기도 했다.

또 김정일 당비서 화면은 동적인 화면을 쓰지 못하고 스틸사진(정지화면)으로만 처리하는게 일종의 ‘지침화’ 돼있는 상태다. 북한 관련 화면을 정규 뉴스시간에 사용할 경우 효과음악등을 쓸 수 없는 것도 불문율로 돼있다.

이에 대해 담당 기자들은 현재 안기부 심리전국이 관장하고 있는 북한 영상자료 제공 창구를 통일원으로 돌리거나 방송사가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