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홍보를 위한 TV 방송 광고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등장한 것을 두고 도를 넘은 국정 홍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협상과 현재 이명박 정부의 협상 내용이 다른데도 고인을 이용해 한미 FTA 비준 통과를 밀어붙였다는 점 뿐 아니라, 지상파 3사 역시 이런 일방 광고를 그대로 방송해 국정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FTA 국내대책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의 홍보 광고에 지난 2007년 4월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선언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담았다. 광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FTA 지지 발언과 기사에 이어 성우 내레이션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 FTA,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하겠습니다”고 끝을 맺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 FTA,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하는 정부 광고.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 광고가 “퍼주기 재협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를 흡사 노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노무현 재단은 28일 논평을 내어 “거의 절반 분량에 노 전 대통령을 등장시켜 지금 퍼주기 재협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FTA를 흡사 노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것처럼 만들었다”며 방송 광고 중단을 촉구했다. 노무현 재단은 31일 기획재정부와 지상파 3사에 방송 중단을 요구한 서한을 전달했고 이후 광고가 나갈 경우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포함한 법적 대응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지상파 방송 내부에서도 이번 광고 내용을 검토하며 방송 불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KBS 콘텐츠본부 소속의 한 인사는 “광고 콘티를 보고 이 내용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윗선에서 밀어붙였다”며 “내용을 호도하는 것도 문제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고인으로 이르게한 책임이 있는 이명박 정권이 이런 내용을 보내는 것에 국민 정서적으로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와 기획재정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광고는 팩트 위주이며 노 전 대통령을 폄훼할 뜻은 없었다”며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두 지도자가 정파를 달리하고 있지만 한미 FTA에 대해서는 같은 뜻을 가지고 권한을 행사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한미FTA 국내대책위원회 교육홍보팀은 “옛날 뉴스 방송과 신문 기사를 바탕으로한 내용으로 팩트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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