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신문을 보고나면 밥맛부터 떨어진다. 방송은 진작부터 필자를 실망시켰는데, 이제는 신문을 보는 재미도 없다. 한국통신 문제나 최규하 전대통령 5·18증언거부을 보면 언론이 검찰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역없는, 예외없는 수사를 한다고 국민의 안식처에 공권력을 투입시키면서도 최씨에 대해서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내세워 검찰과 언론이 성역화 시켜주고 있다.

지금 우리언론은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다. 오보, 촌지, 과장, 냄비, 관제, 회유등 다종의 병원균이 침투해있어 도저히 치유될수 없을 것 같다. 일부 뜻있는 기자들은 패배감에 싸여있고, 나머지 기자들은 오히려 이 병원균을 갖고 합병증을 향유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부국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2백년전 “국회는 표현의 자유를 금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수 없다”는 제1수정헌법의 통과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됐고, 언론은 책임을 다했다.

그 결과 언론은 부정한 선거운동을 한 닉슨을 현직대통령에서 하야시켰으며, 교통사고 처리가 미심쩍은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에 대해선 대통령 불출마를 선언케 했으며, 섹스 스캔들이 있었던 게리 하트의원 또한 대통령출마를 포기토록 했다.

이 모두 언론의 끈질긴 추적보도 결과다. 적어도 대통령만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안된다는 국민적 합의를 미국 언론은 알고 있었다.

반면 우리 언론은 그동안 국민에게 진정한 기쁨을 안겨준 적이 없었다. 일제 이래 최근까지 국민의 편이 아닌 정권의 편에 있었다. 미국의 경험을 통해서 보듯 언론다운 언론이 되려면 끈질긴 보도를 해야 한다. 5·18로 죽은 자가 수백인데 책임소재하나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말이 안된다.

언론은 역사다. 지금 최씨를 증언시키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면 앞으로의 한국역사는 제대로 논의할 수 조차 없다. 언론이 <모래시계> 를 시청하면서 갈등을 했다면 뻔뻔스러움으로 위장한 것이 된다.

이제라도 언론은 최씨의 증언을 요구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우리언론의 합병증과 패배감을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을 내린다.“증언시켜야 한다. 증언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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