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송계가 채널5(CH5) 면허권자를 결정하는 문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가을부터 방송을 개시할 예정인 채널5는 영국의 1TV, 채널4에 이은 상업방송 채널로 이 채널의 면허권을 따내기 위해 미디어계 거물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2일 마감된 면허권 신청자들은 3천6백만 파운드의 최고 입찰가로 신청한 , 파이낸셜 타임지를 발행하는 ‘피어슨’ 중심의 <채널5 브로드캐스트 컨소시엄>, 다매체 언론기업인 버진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버진TV> 그리고 다국적 언론재벌인 R 머독이 이끄는 뉴센츄리TV 등 이른바 ‘빅4’ 컨소시엄들이 그 주인공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미디어시장에서 18개월후의 판도를 예측,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일은 불확실 할 뿐만 아니라 위험부담이 클텐데도 내로라 하는 언론기업들이 채널5 열풍에 휩쓸리는 이유는 언론기업들간의 경쟁심리에서 찾는다. 관련산업 전문가들은 “미디어 기업들 사이의 경쟁심리에서 채널5 경쟁이 촉발돼 이제는 싫든 좋든 서로가 발을 뺄 수 없는 압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을 한다.

한마디로 다른 언론기업에게 채널5를 뺏기기는 싫다는 것이다. UKTV가 3천6백만 파운드, CH5 브로드캐스트와 버진TV가 각 2천2백만 파운드 그리고 마지막 주자로 뛰어든 머독의 뉴센츄리TV가 2백만 파운드로 채널5 면허권 입찰신청을 해놓았는데 이같은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기까지에는 이들 기업들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가 상승작용을 일으켰으리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채널5 면허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들 ‘빅4’의 경쟁을 두고 영국에서는 방송계가 언론재벌들의 세력다툼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언론재벌들의 다툼은 어떤 측면에선 일면 선의의 경쟁을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언론재벌들로서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만큼 면허권을 따낸 뒤에는 투자금액을 거둬 들이려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 소득원인 광고주들을 확보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또 광고주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선 시청률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불가피해 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채널5의 면허권자가 결정되기도 전에 채널5의 성격은 분명 상업적이고 오락위주로 흐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peer pressure’(동류집단간의 압력)로 표현되는 영국 언론기업들의 신규채널권 확보경쟁이 어떤 식으로 결말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예란/런던통신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