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홍보소품’으로 활용했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저녁부터 한미 FTA와 관련한 TV CF를 내보내고 있다.

TV CF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FTA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하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번 한미 FTA에 대해 같은 의견을 지닌 것처럼 묘사한 내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5월 23일 이명박 정부의 ‘정치 수사’ 논란 속에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려 서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명박 정부가 이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홍보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9년 5월25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조문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재단을 비롯해 참여정부 쪽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능멸’하고 있다면서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참여정부 춘추관장을 지낸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돌아가신 분을 TV광고에 이용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마저 부정하는 짓이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바로 이명박 정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현 부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은 2008년 11월10일, 11일 양일에 걸쳐 한미FTA 비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비준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철저히 준비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 쪽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한미 FTA는 엄연히 다른 내용이라면서 정부의 홍보 CF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청와대 앞 1인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및 내각의 홍보라인 고위 인사들은 10월30일(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종민 전 청와대 대변인,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김현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또 정순균 전 국정홍보처장,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등 참여정부 내각의 홍보 책임자들이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릴레이로 1인 시위를 전개할 계획이다.

이들은 “현재 이명박 정부가 국회 비준을 받으려고 하는 한·미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한·미 FTA의 ‘짝퉁’이고, 핵심쟁점을 굴욕적으로 양보한 퍼주기 재협상에 불과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흡사 노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것처럼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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