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와 중앙일보의 보도를 ‘품질비교’한 연구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려대 신문방송연구소(책임연구원 오택섭 신방과교수)는 중앙일보의 의뢰를 받아 최근 중앙일보와 NYT의 보도를 편집방향, 정치면, 경제면, 사회면, 문화·과학·외신 측면에서 비교분석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신문들의 성격이 중앙일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계 유수 신문과 우리나라 신문들의 ‘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는 최초의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면과 편집 방향을 중심으로 요약해 본다. <편집자>


두 신문의 비교자료는 중앙과 NYT 공히 1995년 2월 6일 월요일자부터 2월 11일 토요일자까지며 중앙은 2월 12일 일요일자까지 포함시켰다.

◇정치면

2월 초순의 정치기사를 비교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루는 기사의 범위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NYT는 미국상·하원의 공개적 토론에 기초해 정부예산에서부터 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정치권의 주의주장을 분석했다. 반면 중앙의 경우, 기사 가운데 절대다수가 인물중심의 한담형 정치기사로 채워져 있다. 때문에 정치보도의 태반이 막연히 ‘정당’이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정치와 신문이 다같이 정책을 중심으로 전문화되지 않은 결과다.

각각의 이슈영역을 세분화하면 두 신문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NYT는 정부예산등의 문제를 복지, 정부보조, 제도개혁, 인사, 환경, 국방, 조세 등에서 아울러 추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회의 노력을 균형있게 기사화했다. 정부예산에 관한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 가서야 결말이 날 문제였지만 2월부터 무려 23건의 기사로 다뤄 보도의 장기성과 연속성을 유지했다.

NYT는 독자에게 일정한 시각을 심어주려 하지 않는다. 여야의 다양한 주장을 동시에 기사화해 당면한 문제의 복잡성에 대한 독자의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중앙일보의 정치기사 중 대다수는 정책보다 권력의 문제에 치중하고 있다. 따라서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정책적 쟁점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정치의 붕당성과 무정책성을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다. 또 보도의 연속성보다 ‘떼를 지어’ 잡다한 이슈를 옮겨다니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정치인의 언론플레이에 휘말리는 경우도 여러차례 있었다.

인물기사의 경우도 큰 차이가 났다. NYT 2월 9일자는 차기대통령 후보 Wilson이 가지는 장단점을 정치위상, 전당대회개최 시기 및 지역, 시대적 과제와 관련한 정치적 행적 등 한편의 논문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의 인물기사는 개개인의 성격과 스타일이 중심을 이룬다. 2월 8일자 이춘구 민자당 대표 관련 기사를 예로 들면 ‘악역 마다않는 관리자’라는 제목에 ‘세대통령 아래 당직을 계속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악역을 마다않고 충성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돼 있다. 중앙에 실리는 민감한 정치기사엔 ‘얼굴’이 없다. 민자당 대표로 정원식 전총리가 유력하다는 기사가 누구의 말인지 밝혀지지 않은 채 정치면에 실린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두 나라 정치적 배경의 차이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공론과 정론의 산실로서 위상을 다져온 상원·하원이 존재하고 정책결정이 장기간의 공개적 논의를 통해 이뤄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부분이 혈연·학연·지연 속에 자아를 설정하고 있고 정부부처가 정책결정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공개적 논의 자체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편집방향

우선 전체 기사를 순수기사 면적과 제목, 그래프의 면적으로 나눠 그 비율을 살펴보고 컬러 사용여부를 분석했다. 중앙은 순수기사 46.1%, 제목 22.1%, 그래프 10.4%. NYT는 순수기사 56.2%, 그래프 24.4%, 제목 6.1%. 컬러 사용빈도의 경우 중앙은 73회, NYT는 단 1회. 특히 제목 대 순수기사의 면적비를 보면 NYT가 1대 9인데 반해 중앙은 1대 2여서 두 신문간의 격차가 극심했다.

이를 분석해 보면 NYT가 제목 비율을 낮추고 순수 기사량과 그래프의 비율을 높여 쉽게 읽히는 편집을 하는 반면 중앙은 제목을 크게 하고 컬러를 많이 사용해 눈에 띄도록 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사면적 대 광고면적의 비율을 보면 중앙이 1대 1.1, NYT가 1대 1.05로 중앙의 광고면적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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