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시대적 구분은 영상의 복제력에 의한 동일 영상의 양(量)적 속성에 따라서 마술의 시대, 미학의 시대, 그리고 경제의 시대로 구분된다.

르네상스 시대에 목판화와 리토그라피의 발견으로 영상의 유일성에 따르던 주술적 성격이 무너지면서 영상은 미학적 성격으로 전이한다.

그러나 사진과 영화, 그리고 비디오와 컴퓨터 등의 뉴미디어 영상매체에 의해 영상은 앞으로 말과 문자의 영역을 넘어서 생활 곳곳에 자리잡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와함께 영상은 단순히 미학적인 감상의 대상에서 정보, 문화, 커뮤니케이션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경제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영상의 경제시대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컴퓨터에 의한 3차원 영상이 현실화 될 때 본격화 될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인식과 행위공간의 확대를 의미하는데, 인간은 물리적인 3차원 공간과 함께 가상적인 허구의 공간이나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또다른 3차원 공간의 확보를 의미한다. 이 공간의 실질적인 크기는 컴퓨터의 크기에 비례하나 컴퓨터가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의 넓이는 무한대일 수 있다.

인간은 이속에서 자신의 자의적 의도에 따른 탐험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3차원 공간은 X(길이) Y(높이)축의 2차원 공간으로 설정된 영화와는 달리 실질적인 X,Y,Z(깊이)축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가상의 영상공간을 종횡으로 달리는 가상체험(Virtual Experience)의 일상적 경험앞에 서 있다. 발빠른 흥행산업에서는 벌써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테마파크를 만드느라 미국과 일본에서는 법석을 떨고있다.

그리고 일반산업 분야에서도 공간의 개념을 도입, 보다 합리적이고 편리한 정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영상의 경제시대로 넘어가면서 이제 모든 것이 영상을 통하지 않으면 소구력을 잃게된다는 불안감이 생기고 있다. 그것도 이제는 3차원 영상의 공간성으로.

이는 인간이 세계를 인지하는데 근원적인 혁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이전에는 인간에게 확실성(Credibility)을 주는 매개체는 문자였다. 세상을 좌뇌적으로 파악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영상정보는 우뇌에서 직관적, 감성적, 총체적이며 공간적으로 독해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영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틀 자체가 좌뇌적인데서 우뇌적으로 변화함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3차원 영상세계에서는 인간 자신이 영상의 3차원 공간속에서 움직임에 따른 시간적 제한을 넘어선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선 인간이 귀신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전화가 말소리만을 전달했다면 가상공간을 활용한 전화는 공간적 제한을 넘어서 하나의 공간속에서 만날 수 있다.

20세기가 시간의 유연성에 따른 혼돈을 겪은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공간의 유연성에 따른 혼란이 예견된다. 역사의 시간이 빨라져 가면서 겪는 세대차는 세계적으로 기존의 사회적 기호들을 파괴하면서 정신적인 아노미 현상을 일으켰다.

그러나 3차원 영상공간이 불러일으킬 공간의 유연성에 따른 혼란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상상하기가 쉽지않다.

시간에 공간의 유연성까지 합세하게 될 21세기에는 인간은 이제껏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가치들에 대해 문화사적인 성찰을 요구할 것이다. 가치를 지향하는 인간이 이에대한 철학과 모델을 발견해내지 않으면 수많은 인간들이 심리클리닉 신세를 져야 할 지 모른다.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넘을 수 있는 테크놀러지의 발명은 우리에게 또한 기존 철학과 세계관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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