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10.26 재보궐 선거의 최대 변수가 현실이 된 셈이다. 야권과 지지층은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한나라당 쪽에서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원 여부를 놓고 선거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여온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철수 후보가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길 바라며 견제구를 날렸던 한나라당 쪽에서는 씁쓸한 상황인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보수언론의 보도태도이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미칠 영향을 놓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시각차가 엇갈리고 있다. 10.26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선거 이후의 지각변동과도 관련이 있는 조중동의 시각차, 그 속내는 무엇일까. 

다음은 24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안철수, 박원순 돕는다>
국민일보 <금통위원, 없어도 되는 자리인가>
동아일보 <터키 동부 규모 7.2 강진 "1000명 이상 사망" 패닉>
서울신문 <삼성-애플 특허전 누가 이길까>
세계일보 <나·박 막판 총력전…'안풍' 최대 변수로>
조선일보 <납북자 21명 평양에 살고 있다>
중앙일보 <박근혜·안철수 대선전쟁 시작>
한겨레 <안철수 선거전 뛰어들다>
한국일보 <"반값 등록금 지방 거점 국립대부터">

안철수,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한겨레 10월 24일자 1면.
 
정치권이나 언론이나 ‘안철수’의 말과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주말에 어떤 형태로든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실제로 안철수 교수는 23일 저녁 박원순 후보에게 직접 전화했다.

송호창 ‘박원순 후보’ 대변인은 “안 원장이 오늘 저녁 박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도움을 드릴지 고민해서 내일(24일)까지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교수의 박원순 후보 선거지원이 현실이 된 셈이다.

주요 언론은 즉각 <속보> 기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고, 인터넷과 SNS 등은 안철수 교수의 선택에 뜨겁게 반응했다. 10월 24일자 주요 아침신문도 절반 가까이 안철수 교수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한겨레는 1면 <안철수 선거전 뛰어들다>라는 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무소속)를 지원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24일 공개할 것이라고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23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안철수, 박원순 돕는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박원순 측, '안철수 구원등판' 승기 굳히는 계기"

   
세계일보 10월 24일자 1면.
 
한국일보는 1면 <안철수 "박원순 돕겠다">는 기사에서 “박 후보와 안 원장은 지난 21일 단독 회동을 갖고 선거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안 원장이 지원 시점까지 면밀하게 계산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라 안 원장의 박 후보 지원 효과는 어느 때보다 클 것 같다. 안 원장의 핵심 측근은 '두 사람 사이엔 핫라인이 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교수의 지원 소식은 극적인 효과를 연출했다. 선거가 임박했지만, 안철수 교수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자 여야는 표정이 엇갈린 바 있다. 야권에서는 초조함을 보이기도 했고, 여권에서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안철수 교수가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를 3일 앞둔,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는 결정적인 시기에 안철수 교수의 지원 소식이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1면 <나·박 막판 총력전…'안풍' 최대 변수로>라는 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무소속 박원순 후보 지원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막판 변수로 급부상했다”고 전망했다.

세계일보는 3면 <'박원순 구하기' 나선 안철수…선거 판세 뒤흔들까>라는 기사에서 "안 원장의 지원이 박 후보의 지지율을 4% 정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 후보 측은 '안철수 구원 등판'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선거 막판까지 좀처럼 초박빙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판세를 확실하게 정리, 승기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등판, 젊은층 적극적인 투표 가능성"

   
국민일보 10월 24일자 1면.
 
국민일보는 1면 <안철수, 박원순 지원 결정…판세 촉각>이라는 기사에서 “박 후보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선거전 막판까지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안 원장이 선거 지원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판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안 원장의 '등판'이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로 이어질 수 있어 투표율에 의해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3면 <안철수 사실상 정치 복귀…막판 판세 요동>이라는 기사에서 “침묵하던 안 원장의 가세는 막판 선거전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면서 “안 후보 지지층이 상당수 박 후보에게 쏠려 있지만, 흔들리던 중도층이나 젊은층이 투표장으로 가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신문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서울신문은 5면 <안철수 전격 구원 등판>이라는 기사에서 “박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층의 투표 참여욕구를 자극해 박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반대로 이미 '안철수 효과'가 박 후보의 지지율에 반영돼 있는 데다 보수 진영의 위기의식을 자극함으로써 나 후보 지지층의 결집력을 높일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안철수 효과' 차단막

   
조선일보 10월 24일자 5면.
 
관전 포인트는 안철수 교수의 선거지원이 지닌 정치적 의미와 이미 선거전에 뛰어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미칠 영향력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에 미묘한 시각차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안철수 교수의 박원순 후보 지원이라는 ‘중요 뉴스’를 1면 기사로 처리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5면에 관련 기사를 내보냈는데 <박 "내가 선거에 떨어지면 안철수도 타격" 여 "선거도 협찬 받나, 차라리 안 내보내지">라는 기사제목을 뽑았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기사 제목은 박원순 후보가 강요해서 안철수 교수가 지원한 것 같은 인식을 유도하는 제목이다. 안철수 효과를 차단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안 원장이 끝까지 지원 여부를 이리저리 재다가 판세가 불리해지자 뒤늦게 나선다고 하는데 야권이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 얘기를 전했다.

그러나 선거에 미칠 영향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조선일보가 1면이 아닌 5면에 관련 기사를 내보내면서 정국에 미칠 파장을 부각시키지 않은 것과 달리,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1면에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박근혜·안철수 대선전쟁으로 바라본 중앙일보

   
중앙일보 10월 24일자 1면.
 
중앙일보는 1면 <박근혜·안철수 대선전쟁 시작>이라는 머리기사를 통해 “안 원장은 이르면 24일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주변에선 안 후보가 박 후보와 선거운동 일정을 같이하며 현장유세를 지원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 트위터에 지지글을 올리는 방안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안 원장의 선택은 박 전 대표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선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한 데다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전면에 등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이번 선거가 두 사람의 정면대결 및 대선 전초전으로 '격상'되게 됐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는 4~5면 <링 오른 안철수…막판 변수로>라는 기사에서 “(중앙일보와 다음소프트가 공동 분석한 트위터 메시지를 살펴본 결과) 10월 중순까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관심도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관심도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안 원장에 대한 관심도는 17일께 크게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안 원장이 막판에 힘을 실어 주기를 바라는 박원순 후보 지지자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교수의 이번 지원 결정에 담긴 정치적 의미가 간단치 않으며, 선거에 미칠 영향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셈이다. 동아일보도 ‘대선 전초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1면 <안철수 “박원순 돕겠다”>는 기사에서 “특히 안 원장의 본격 지원은 사실상 '정치인 안철수'의 등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 후보를 적극 지원해 온 데 따른 맞대응인 만큼 이번 선거가 사실상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선 전초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박근혜와 대선 전초전 주목

   
동아일보 10월 24일자 3면.
 
동아일보는 3면 <'정치인 안철수' 등판…박근혜와 대선 전초전?>이라는 기사에서 “(동아일보가 16~17일 조서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원장 지원 효과가 박근혜 전 대표 지원 효과보다 더 클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안 원장의 지원 결정 소식에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 측은 예상됐던 행보로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선거 막판 파괴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면서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박 후보를 지지했다가 검증 국면을 거치면서 부동층으로 빠지거나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려던 이들이 다시 투표장으로 갈 계기가 마련됐다'고 걱정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동아일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번 선거 결과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한 부분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안철수 교수의 선거지원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정면대결, 심지어 대선 전초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보였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 쪽 지지층들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 나경원 후보 지지를 망설였던 이들에게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투표장에 나서게 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의 이러한 접근은 10.26 이후 펼쳐질 정국의 흐름에서 박근혜 전 대표 쪽에 큰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는 접근이다.

박원순 완승하면 한나라당 '당명'도 바꿀 가능성

   
중앙일보 10월 24일자 6면.
 
박근혜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 쪽을 돕기는 했지만, 야권의 손학규 민주당 대표처럼 ‘다 걸기’하다시피 선거운동에 매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데, 선거결과에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운명을 걸어야 하는 것처럼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6면 <나경원 지면…박근혜 대세론 흔들 / 박원순 지면…안철수 대안론 타격>이라는 기사에서 “만일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완승할 경우 한나라당에선 '당명을 포함해 모든 걸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할 것이다. 홍준표 대표 체제는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다른 보수언론의 이러한 시각과는 달리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당장 박근혜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해 투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논조 대신에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부담감을 덜어주는 쪽에 무게를 둔 셈이다.

조선일보, 박근혜의 눈물 주목한 까닭?

실제로 조선일보는 10월 24일자 지면에서 안철수 교수의 지원을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선전초전으로 연결하는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주목한 것은 ‘박근혜의 눈물’이었다.

조선일보는 5면 <"박근혜, 4번 울었다">는 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의 자서전을 소개하며, 박근혜 전 대표의 인간적인 면모를 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세론’으로 상징되던 2012년 대선 구도는 10월 26일 선거 결과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일보는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완승할 경우 여권에 미칠 상황을 이렇게 전망했다.

“'박근혜 대세론'도 흔들리면서 당에선 '박 전 대표의 선거효용성이 떨어졌다.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과 '당이 이젠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적·정치적으로 더욱 차별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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