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언론, 언론인은 ‘내 맘대로’ 쓰고, 말하고, 칭찬하고, 비판한다. 말 그대로 ‘피 말리는’ 기사 검증과정도 없이.”

“필요할 땐 언론으로 행세하다가 책임은 사담이나 예능으로 넘긴다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정치인-학자-연예인-언론인 역할을 오가면서 좋은 점만 곶감 빼먹듯 한다면 그들을 ‘팔로’하는 이들만 불쌍해진다.”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쓴 황당무계한 트위터 비판이 트위터리안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14일 동아일보에 실린 박제균 부장의 칼럼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 주류 언론의 불안과 위기 의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박 부장은 이 칼럼에서 “트위터는 사실상 언론으로 기능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들 장외언론이 형성하는 여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어처구니 없게도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를 뽑은 3일, 무소속 박원순 관련 트윗(1만7377건)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 관련(6777건)의 2.6배나 됐다”면서 “기존 언론이 이렇게 편파보도를 했다간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10월14일 35면.
 

여론이 편파적이다? 형용모순일 뿐만 아니라 국내 3위 종합 일간지의 정치부장이 했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이다. 여론은 여론이다. 트위터에서 박원순이 박영선보다 더 많이 이야기됐다면 그것 자체가 여론의 관심이고 여론의 선택이다. 단순히 트윗 수를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건 위험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개인들이 참여하는 트위터는 그 자체로 민심의 반영이고 여론이다. 그걸 누가 무슨 기준으로 편파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나.

이런 황당무계한 발상은 아마도 박 부장이 트위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도 트위터나 ‘나꼼수’가 편파보도를 한다고 비난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같은 기존 언론이 때때로 ‘편파보도 했다’고 욕을 먹는다”고 볼멘 소리를 늘어놓는 대목에 이르면 안쓰러울 정도다. 박 부장은 “‘피 말리는’ 기사 검증과정도 없이“ “이들 언론, 언론인은 ‘내 맘대로’ 쓰고, 말하고, 칭찬하고, 비판한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성격을 지닌다. 내 맘대로 쓰고 말하고 칭찬하고 비판할 수 있지만 발언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팔로워가 많거나 적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몇 차례 리트윗을 거치면 순식간에 수천 수만의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한다. 수많은 개인들의 다른 생각들이 누군가에게는 설득력 있게 들릴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편파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주관의 총합이 여론을 형성한다.

박 부장은 소셜 미디어에 피 말리는 기사 검증과정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허위 사실 유포의 온상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소셜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대부분 주류 언론이 출처다. 소셜 미디어가 주류 언론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이런 공개된 정보, 드러난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있다. 사람들이 주류 언론을 불신하고 ‘나꼼수’에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그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박 부장은 “하지만 이제 장외언론도 언론인지, 사담인지, 예능프로인지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 “필요할 땐 언론으로 행세하다가 책임은 사담이나 예능으로 넘긴다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은 “장외 언론인들이 정치인-학자-연예인-언론인 역할을 오가면서 좋은 점만 곶감 빼먹듯 한다면 그들을 ‘팔로’하는 이들만 불쌍해진다”고 비꼬기도 했다.

박 부장은 간과하고 있지만 이제 모든 국민들이 여론 형성에 참여하는 시대가 됐다. ‘장외 언론인’들의 영향력을 경계하기에 앞서 동아일보 같은 주류 언론이 대중의 신뢰를 잃고 있는 이유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적어도 트위터나 나꼼수는 드러내놓고 주관적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주류 언론이 지금처럼 객관성을 가장하면서 편파 보도를 계속한다면 그들을 구독하는 이들만 불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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