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ㅅ대 신방과를 나온 손아무개씨(86학번). 그는 91년 3학년으로 복학한 후 중앙언론사에 들어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4년간 언론사 입시를 준비했고 지난해만도 10여군데 언론사에 시험을 쳤다. 그중 반정도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서류전형에서 탈락했고 몇개 언론사에선 필기시험을 통과했으나 면접과정에서 낙방했다. 졸업 후 2년간을 언론고시에만 몰두했던 그는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중앙언론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올 1월 조그만 의학전문지에 기자로 입사했다.

북대를 졸업한 김아무개씨(84학번)도 언론사 지망생이었지만 몇번의 실패를 맛본 후 아예 작년부터 꿈을 포기하고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다. 지방 명문대 출신이지만 중앙에선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반면 나이제한에 걸릴때까지 계속 언론사에 도전하겠다는 강수오씨(수원대 90학번)는 “서류전형 없이 1차로 시험을 보는 언론사에 지원할 생각이다. 실력만이 유일한 길이다”고 말한다.

최근 2-3년간 부쩍 늘어난 언론사의 서류전형은 지방대 출신 언론고시생들에게 자질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최근들어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닌 지방 학생들이 연고지의 언론사로 진출하는 경향이 높아져 지방대 출신들의 운신의 폭은 더욱 더 좁아지고 있다.

언론사도 할말은 있다. 모방송사의 인사담당관계자는 “수천명의 학생이 몰려들기 때문에 시험장소를 섭외하기 힘들고 감독할 인원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 출신학교나 성적을 고려, 1차 서류전형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지방대출신을 ‘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언론사의 차별에 관해선 여기자 지망생들의 불만도 적지않다. 이들 지망생들의 대부분은 언론사가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무리가 아닌 것은 전체 언론사에서 여기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8.6%정도인 점만 봐도 그렇다. (여기자클럽 조사)

MBC는 작년 수습기자 선발과정에서 필기와 실기를 거쳐 최종 면접에 남 15명, 여12명 모두 27명이 올라갔다. 그러나 최종 합격자 9명중에 여성은 단 1명에 불과했다. 그마저 토익만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ㄷ일보는 최근 몇년간 여기자를 정확히 한명씩 뽑고 있다. 이때문에 ㄷ일보는 마지못해 끼워주기를 한다는 눈초리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뛰어나야만 한다. 필기시험 1-2등이거나 외국어 능통, 또는 다른 전문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작년 12월 경향신문에 입사, 수습교육을 받고 있는 이은정 기자도 이런 이유로 대학 졸업후 대학원에 갔다고 한다.

론사의 여자기피증은 험난한 기자사회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또 써먹을만 하면 결혼해서 퇴사해 버린다는 이유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 여성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유독 언론사만이 ‘여성차별구역’ 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편견과 선입견이란 말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최근 인턴제 도입 등으로 지방대생과 여성에게 언론사 입문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들이 출신지역, 학교 등을 의식하지 않고 능력에 따라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는 추세가 늘고 있는데 반해 언론사는 그렇지 못하다. 언론사도 사회흐름에 맞춰 균등한 기회제공과 그에 따른 인재발굴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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