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그래프가 천 마디 이상의 말을 한다.” 데이터 저널리즘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텍스트 기사에 집어넣는 보조적인 요소 정도로 인식해 왔던 게 현실이다. 최근 들어 인포그래픽을 강화하는 언론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역시 저널리즘 기반이라기 보다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연합뉴스 미디어랩이 선보인 일련의 실험은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데이터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단순히 기존의 데이터를 가공해 결과물을 뽑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분석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용자 참여에 기반, 크라우드 소싱 미디어를 구현하고 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복잡한 스프레드시트나 그래픽 도구를 다루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산뜻한 그래프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언론 지면에 삽입된 그래픽 이미지는 정형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이 보여주고 싶은 데이터를 과장해서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연합뉴스의 인터랙티브 그래픽 데이터 툴은 세부적인 로(raw) 데이터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독자들이 데이터를 다시 구성하거나 새로운 그래프를 그려볼 수도 있다. 한 장의 그래프로 천 마디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가능하게 된 셈이다.

이를 테면 연합뉴스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연설문을 분석해 어느 단어가 가장 많이 들어갔는지를 비교한 연합뉴스 기사가 있었다. 이 분석 도구는 연합뉴스 미디어랩 홈페이지에 무료로 공개돼 있어서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나 독자들도 분석할 텍스트만 집어넣으면 다양한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 아이디만 집어넣으면 최근 트윗 내용을 분석해 주요 관심 키워드를 뽑아주는 서비스도 공개했다.

연합뉴스 미디어랩은 편집국 기자 2명과 사진 기자 1명, 프로그래머 2명, 디자이너 1명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태한 미디어랩 팀장은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즈 등 해외 언론사들은 자제 제작도구 외에도 매니아이스나 타임트릭 같은 공개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글 지원이 안 되는 데다 플래시 기반이라 모바일에서 접근이 제한 되는 등 한계가 많아 직접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그래프를 보면 전체 예산 대비 항목별 비중을 살펴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마우스를 갖다 대면 세부 항목의 비중과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텍스트로 풀어쓰려면 원고지 30매로도 부족하겠지만 이 그래프는 훨씬 더 풍성한 정보를 훨씬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 고등학교의 서울대 합격자 수를 나타낸 그래프에는 거의 책 한 권 분량의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마우스를 갖다 대면 세부 데이터가 뜹니다. 자바스크립트 기반인데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는 매우 느리고 파이어폭스나 크롬에서 열어보세요.)

최근 공개한 데이터랩 서비스는 자바스크립트로 제작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다만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한계가 있어서 모질라 파이어폭스나 구글 크롬에서 접속하는 게 좋다고 한다. 김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가디언의 데이터 블로그 스타일의 웹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고 중장기적으로 기사 제작 시스템과 융합하는 건 물론이고 중소 규모 언론사들의 제작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미디어랩 김태한 팀장.
 

권력이 정보를 통제하던 시절에는 정보가 곧 권력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초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세상에서는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의미를 뽑아내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과거에는 기자들이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했지만 이제는 독자들이 직접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고 분석하고 이를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 크라우드소싱 기법이 이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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