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선거 후보등록을 사흘 앞두고 터져나온 ‘이충범 변호사의 박찬종 선거 지원 기사 사전 누출’ 사건이 언론계와 정계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개입됐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선거 국면과 관련, 논쟁을 야기할 가능성도 낳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 박지원 대변인이 지난 8일 “김영삼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운동 핵심요원이자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핵심측근인 이충범 변호사가 무소속 박찬종 후보 진영에 가담해 있다는 내용이 실린 모주간지의 기사가 청와대 압력으로 빠졌다”고 발표함으로써 돌출됐다. 박대변인은 이같은 주장과 함께 이 주간지의 관련기사 전문을 공개했다.

이어 이 기사의 출처가 일요신문인 것으로 밝혀지자 일요신문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일요신문측은 청와대 압력설을 전면부인하는 한편 민주당을 ‘명예훼손’등의 혐의로 고소할 것까지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또 민주당에 대한 대응외에도 문제의 기사를 민주당에 건네준 ‘내부 제보자’ 찾아내기에 고심하고 있으며 기사보안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면에 실리기 이전의 기사가 외부에 유출된 것은 보안에 신경을 써야하는 언론사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측은 이 기사의 전문과 청와대 삭제압력 등에 대한 정보가 일요신문 내부 제보자에 의해 입수됐다고 밝히고 있다.

박지원 대변인의 한 비서관은 “일요신문 내부인사가 박대변인을 밖에서 만나 기사전문과 기사가 실리지않은 상황까지 브리핑해준 것으로 안다”면서 “이 인사는 박대변인에게 브리핑한 내용을 메모로 전달해줬으며 그 메모내용 가운데 ‘청와대에서 4~5차례 협박전화가 왔었다’는 내용이 분명히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일요신문은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요신문측은 민주당이 기사를 빼돌린 것은 한마디로 한 언론사를 모독한 상식이하의 행위라고 못박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 압력설도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기사를 쓴 이윤삼 차장은 “내가 당사자인데 청와대의 압력같은 것은 결코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민주당이 채 완성되지 않은 1차기사를 빼내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상철 편집국장의 얘기도 마찬가지다. 신국장은 “민주당이 제시한 기사는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확인이 더 필요해 보완과정에 있던 기사였다”고 밝히고 “이런 기사를 두고 민주당이 사전에 한마디 얘기없이 폭로자료로 쓴 것은 일요신문을 모독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15일자로 발행된 당보에서도 이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민자당 진짜후보는 정원식인가 박찬종인가’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며 정치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당보는 “김대통령측근 이충범변호사가 박찬종후보를 지원하고 민자당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굵직한 제목과 함께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일요신문 관련기사가 청와대의 압력으로 게재되지 못했다며 ‘압력설’을 기정사실로 몰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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