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확대경제장관회의 석상. 김영삼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신문용지가 무려 3억5천만달러어치나 수입됐는데 이는 있을 수 없다 △신문이 수입을 줄이라고 앞장서 말하면서 스스로 수입을 확대시키고 있다 △신문사가 20~50%를 무가지로 찍어 전부 버리고 있어 쓰레기를 산처럼 만들고 있다 △신문이 쓰레기를 줄이자고 한 것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신문보도. 서울신문 1면 머리, 세계일보 2면 2단, 경향신문 2면머리 기사중 3단제목과 한문장, 한겨레 1면 1단, 조선일보 2면 중간머리기사중 4단제목과 한문장, 한국 동아 중앙 국민일보는 침묵.
서울신문이 1면 머릿기사로 다뤘는가 하면 4개 신문사는 아예 다루지 않는 등 엄청난 편차의 보도태도를 보였다. 두말할 것 없이 각사의 이해에 따라 생긴 편차다. 무한경쟁에서 약자편에 있는 신문사들로서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뉴스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반대로 무한경쟁을 주도해 온 신문사들은 ‘제발 저리는’ 기사를 싣기가 민망했을 것이다.

후자의 신문사중 유일하게 조선일보가 관련기사를 다뤘음에도 “김대통령은 신문이 무가지를 많이 찍어 쓰레기로 버리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며 ‘남이야기’처럼 넘어간 대목도 껄끄러운 입장의 반영으로 비춰진다.

반대로 자사의 이해에 맞춰 기사밸류를 산정, 1면머리에 기사를 올린 서울신문의 보도태도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자의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에 그렇다.

언론사가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를 빼거나 키울때는 국민의 알권리를 원천봉쇄하거나 상황을 호도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분명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특히 기사거리도 되지 않는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짐없이 보도해 왔던 일부 신문이 자사의 이해에 따라 기사를 누락시킨 행태는 이해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중하지 못한 표현도 그렇거니와, 시기적으로도 묘하다. 지자제선거와 관련, 언론의 발목을 잡기위한 의도적 발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권력과 언론을 이야기 할때면 양비론을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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