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에 참가한 지자체 선거 후보들이 근거없는 말을 하거나 인신공격, 질문의 핵심을 교묘히 피하는 말장난을 하는 사례가 있어 모처럼 활성화된 TV토론의 장점을 훼손하고 있다.

더구나 토론자들이 여당후보에게는 유리한 쪽으로 질문을 유도하고 반대로 야당 또는 무소속 후보에게는 별근거가 없는 질문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질문, 편파시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인 정원식 후보는 지난달 14일 동아일보 지상대담, 24일 관훈클럽 토론회, 27일 KBS 1TV의 3인 초청 토론회에서 전교조의 문제에 대해 답변하면서 당시 해직교사들에 대해 “가슴이 아팠다”고 누누이 강조하면서 “기회 닿는대로 복직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전교조에서는 정후보가 복직에 앞장섰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으며 복직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시점에서 정후보는 공직에서 물러나 복직에 대해 앞장 설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후보는 또 자신이 전교조 가입교사들을 탈퇴시키기 위해 수차례 호소를 했으며 그 결과 다수가 탈퇴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전교조는 당시 탈퇴작업은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지휘, 흡사 작전을 방불케 했으며 가족과 친인척까지 동원한 반인륜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정후보의 이런 발언에 대해 토론자들은 그 신뢰성과 사실여부를 따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발언을 옹호해주거나 신뢰성을 확보해 주려는듯한 태도를 보여 정후보의 발언이 검증된 사실인 것처럼 비춰졌다.

지난 1일 대전민방이 방송한 충남지사 후보초청 특별회견에서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있었다.한 토론자가 민자당 박중배후보에게 지난 92년 한준수 연기군수 관권부정선거 폭로 양심선언 당시 충남부지사로 재직한 것과 관련, 양심에 찔린적은 없었느냐고 질문한데 대해 “한군수는 공무원으로서의 인격결함이 있는 사람이다. 자기욕심때문에 돌출행동을 했다는 것은 도민들도 다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당시 한군수의 상관으로서 관권부정선거에 더 깊숙히 개입했을 개연성이 높은 사람이 부하직원의 양심선언을 한낱 욕심으로 돌리는 등 인신공격까지 했던 것이다.

핵심을 피해 교묘한 말장난을 한 경우로는 박찬종후보를 들 수 있다. 박후보는 지난달 2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답변했음에도 불구, 한겨레21(6월15일자 67호)과의 인터뷰에서는 “후보문제로 그와 만나서 이야기 한 적은 없다. 한달전 쯤인가 저쪽에서 중간에 사람을 보내 그들의‘희망사항’을 전해온 사실은 있다”라고 대답했다.

어떤 형태로든 ‘접촉’이 있은건 사실이지만 ‘만나서 이야기한 적’은 없다는 식이다. 말꼬리를 잡아 질문의 핵심을 교묘히 피해간 것이다.이외에도 동문서답으로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 모호한 답변을 하는 경우, 과장된 공약을 남발하는 사례 등이 허다하게 많고 토론자들이 이를 따지지 않아 모처럼 맞은 TV토론이 시청자들에게 그릇된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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