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전하는 오늘의 미디어는 참담하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주장을 일러 국가전복행위로 몰아치는 저 ‘위대한 문민대통령’의 망언은 차라리 정직하다. 그는 30여년에 걸친 군부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지않은가. 그러나 어떤가. 언필칭 민주언론을, 또는 민족지임을 내세우는 언론들이 조계사와 명동성당에 난입한 ‘공권력’의 야만성을 앞다퉈 옹호하고 있는 현실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마저 친일에 뿌리를 둔 한국언론의 숙명이라고 ‘관용’해야 옳을까.

오늘의 미디어를 비평하는 <미디어오늘>지면에서 ‘참담’을 느끼는 것은 비단 언론이 휘두르는 무소불위한 권력 때문만이 아닐듯싶다. 오히려 ‘언론왕국’이라는 비판에 결코 적지않은 ‘언론인’들이 은밀한 자존심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단세포적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현실을 우려해 제기된 ‘언론망국론’에 이르면 사태는 달라진다.

언론망국론과 망언의 사이는 단지 글자의 유사성을 넘어선 그 이상의 관계가 있을 법하다. 망언은 더이상 문민대통령의 몫에 그치지않는다. 망국적 언론, 그것이 곧 ‘망언’아닌가. 노동문제 및 통일문제에서 반민주적 반민족적 보도로 ‘망언’을 일삼는 우리 언론을 일러 ‘신 오적’(五賊), 그것도 첫째가는 언도(言盜)로 규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성싶다.

그러나 과연 오늘의 미디어가 모두 말도둑, 글도둑일까. 단연코 아니다. 6월항쟁이후 우리 언론계에도 다른 목소리를 담고있는 언론이 실존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디어오늘>의 존재가 역설적으로 오늘의 미디어에서 참담함만 읽기를 거부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 자체가 이미 그 왜곡과 반개혁적 행태들에 대한 분명한 부정인 까닭이다.

<미디어오늘>을 통해 내일의 미디어들이 참언론으로 거듭날 수있다면, 정녕 그날이 오면, 그것이 어찌 언론만의 축제일까. 독자와 더불어 언론개혁의 실천적 지혜들을 담아 나갈때, 바로 그때 오늘의 미디어는 더이상 참담만 하지 않을 터이다.

오늘의 미디어 안에서 분명 내일의 미디어는 자라고 있다.

손석춘 <언노련 정책실장·민실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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