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예비군 동원훈련도중 몇몇 예비군들이 훈련장을 이탈해 집단 고발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대부분의 일간신문과 방송에서는 마치 엄청난 범죄라도 보도하듯 예비군들의 기강해이를 일련의 무장탈영사건과 현역병들의 군기문란에 연관지어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회식금지와 훈련강도에 불만을 품은 예비군들이 국가안보를 도외시하고 집단행동을 했으므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내용과 함께 해당 부대 지휘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던 예비군 대표의 실명을 마치 불법 집단의 주동자인양 여과없이 기사에 실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무척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군복무라는 국방의 의무를 무사히 마치고 사회초년생으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20대 중반에서 30대까지의 청년들이 단지 회식을 불허했다는 이유로 집단이탈을 했을까.

그것도 교육훈련일정이 모두 끝나고 퇴소식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어느 누가 그런 불이익을 감수해 가면서 감정적인 집단이탈을 하겠는가.

적어도 현재 예비군 교육을 받고 있는 본인의 판단으로는 예비군 집단이탈의 원인이 거기에만 있다고 보진 않는다.

요즘 예비군 훈련장에 가보면 이처럼 예비군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제대한지 오래돼 몸이 비대해진 예비군에게 마치 현역병에게 적용하는 복장규정을 강요하고, 러시아워에 어렵사리 택시비를 지불하며 훈련장에 도착한 예비군에게 1분이 늦었다고 돌려보내는 조치는 많은 예비군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더구나 자영업자나 소규모의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예비군 교육훈련을 받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일을 마무리해 놓고 피로한 몸을 이끌고 예비군훈련장에 입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문제들을 다 제쳐놓고 마치 예비군들이 엄청난 군법을 위반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설령 그들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취재도중 군부대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보도하기에 앞서 졸지에 범법자로 몰리게 된 예비군들 중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에라도 귀를 기울였어야 공정한 보도가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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