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삼성 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해 기소된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에 대해 일부 유죄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21일 열렸다.

서울 중앙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양현주)는 이날 오전 공판에서 ‘지난 2005년 당시 노회찬 의원이 도청 파일에서 검찰이 삼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인터넷에 게재한 것이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위반, 통신비밀법 위반인지 대법에서 파기환송 됐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대법에서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무죄 판결 됐기 때문에, 인터넷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의 통비법 위반 여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13일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은 인터넷에 보도자료를 게재한 것에 대해 “녹취록 대화 시점은 공개행위 시로부터 8년 전일로서, 공개하지 않는다고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나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 이치열 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정재욱 검사 등 검찰측은 ‘1, 2심에서 검토됐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백승현 박갑주 오재영 등 변호인측은 ‘인터넷에 보도자료를 올린 것은 국회의원 직무에 속하는 것으로 면책 특권에 범위에 포함되고, 언론에 보도자료 배포와 인터넷 업로드를 분리해서 판결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취지를 밝혔다.

특히, 노회찬 상임고문은 모두발언을 통해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내보내는 것은 면책 특권에 속하고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은 면책특권 밖이라는 판결은 91년도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2011년에는 시대에 맞지 않는 판결”이라며 “(대법에서)인터넷에서 보도자료를 게재한 것이 면책 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한 것을 여전히 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회찬 고문은 “검찰, 언론사 모두 이 사건에 연루됐다”며 “이런 일을 알더라도 국회 법사위에서 법무부 차관까지 연루된 X파일에 입 다물고 있는 것이 국회의원의 할 일인지, 사실 여부를 따져 묻는게 할 일인지 본 재판부의 결정으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고문은 “법사위원으로서 공개적으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한 일이었는지, 정도를 넘은 것인지 스스로 되물었다”며 “이 재판은 저와 관련한 재판이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런 종류의 사건에 맞설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하는 재판”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시 2005년으로 돌아가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이 뽑아준 국민에게 직무를 다하는 길”이라며 ‘삼성 X파일’ 사건에 대한 검증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편, 재판부는 추가 공판을 잡지 않고, 내달 28일 오후 1시50분에 서울중앙지법 서관422호에서 곧바로 선고를 한다.

앞서, 지난 1997년 9월 9일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학수 비서실장은 호텔 일식집에서 대선 자금 및 검찰 ‘떡값’을 의논했고, 이를 국가안전기획부 도청조직인 미림팀 요원들이 비밀리에 녹음했다. 이 녹취록은 미림팀장을 통해 한 재미교포에게 전달됐고, 이상호 MBC 기자는 이를 입수해 2005년 7월22일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녹음 테이프와 녹취록의 입수 경위 등을 보도했다.

이후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은 이상호 기자로부터 관련 자료를 입수해 2005년 9월호에 녹취 일체를 보도했다. 노회찬 의원은 같은 해 8월18일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하며 수사를 촉구했고, 보도자료 및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알렸다.

검찰은 2005년 12월14일 이상호 기자, 김연광 편집장을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2007년 5월21일에 노회찬 의원을 명예훼손, 통비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올해 대법원은 이들 세 당사자에 대해 통비법 위반으로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다음은 노회찬 고문의 법정 모두 발언 전문이다.

저는 지난 고법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에서)인터넷에서 보도자료를 게재한 것이 면책 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한 것을 여전히 승복하기 어렵다.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에 따른 면책 특권의 범위에 있는 것이 20년 전 류성환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었다.

20년이 지나면서 언론 환경이 크게 변했다. 인터넷은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됐다. 대법원도 대법원 명의의 보도자료를 발행시 즉각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아마도 대검 역시 그럴 것이다. 보도자료를 내서 언론 보도를 요청하는 주체는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동시 게재하는 것이 하나의 정착된 관행이다. 국회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대법에서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하는 것이 현재 한국의 공적 이익을 어떻게 침해했다고 보는지 의문이다.

검찰측에서 공소 제기 시 인터넷에 올린 (삼성 X파일 관련)보도자료를 1만 몇천 명이 봤다고 했다. 20년 전과 달리 지금은 24시간 내내 인터넷 홈페이지로 시시각각 뉴스가 생산되고 있다. (의원)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시하기 전에 이미 관련 기사들이 게재됐다. 홈페이지에서 1만 몇천 명이 봤다고 하지만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해 만들어진 기사는 수십만 명이 봤을 것이다.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내보내는 것은 면책 특권에 속하고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은 면책특권 밖이라는 판결은 91년도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2011년에는 시대에 맞지 않는 판결이다.

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오면서 이 사건 이후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2005년 8월로 다시 되돌아간다면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했을지 스스로 물었다. 모든 언론이 거의 실명에 가까운 이니셜로 (삼성 X파일을) 보도했다. 법무부 차관은 국회 진술에서 ‘법무부 차관이 X파일에 연루돼 있다는 것을 대검에서 미리 알려줬다’고 했다. 검찰이 오히려 불법 세력을 비호한 것이다. 그래서 법사위원으로서 법사위를 열자고 했는데 법사위원장이 피했다.

검찰, 언론사 모두 이 사건에 연루됐다. 법사위원으로서 공개적으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한 일이었는지, 정도를 넘은 것인지 스스로 되물었다. 이 재판은 저와 관련한 재판이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런 종류의 사건에 맞섰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하는 재판이다.

이런 일을 알더라도 국회 법사위에서 법무부 차관까지 연루된 X파일에 입 다물고 있는 것이 국회의원의 할 일인지, 사실 여부를 따져 묻는게 할 일인지 본 재판부의 결정으로 판가름 날 것이다.

다시 2005년으로 돌아가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이 뽑아준 국민에게 직무를 다하는 길이다. 본 재판에서 많은 정치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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