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들이 경쟁적으로 일제 고화질 동화상 뉴스전광판 수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들이 영상매체 시장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차원에서 전광판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신문사들이 전광판을 단순한 뉴스서비스를 위한 ‘광고판’이 아니라 ‘뉴미디어’ 분야의 한 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신문들의 경쟁이 그동안 판매와 광고 등 고전적인 분야에서 새로운 매체시장 진출을 통한 살아남기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 신문사의 뉴미디어 담당자들은 고품질 동화상 전광판의 가동이 위성방송 등 영상매체 시장 준비용이라는 사실을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동아일보 뉴미디어팀 남상석 위원은 “전광판을 위성방송 실험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있다”고 밝힌다. 조선일보 이진광 뉴미디어연구소장도 “전광판을 이용한 뉴스서비스는 신문들이 뉴미디어시대를 헤쳐나가는 적극적인 변화모색책”이라고 말해 전광판 뉴스서비스 사업의 저변에 깔려있는 신문사들의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신문사들이 전광판 사업에 적극 나서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잡음이 뒤따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전광판이 정부의 대일무역역조 완화 장치인 ‘수입선 다변화 품목’으로 지정 고시돼 있다는 점 때문에 정부 관할부처인 통상산업부와 신문사간, 신문사와 국내 전광판 제작·운영업자들간, 통상산업부와 업자들간의 갈등등 적잖은 문제를 낳고 있다.

신문사들은 국내 전광판 개발수준이 일본에 현격하게 뒤떨어져 있고 또 일제와 비슷한 품질의 전광판 생산이 국내에서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일제수입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자들은 이제까지 정부의 정책 부재로 기술개발이 어려웠다면서 화급을 다투는 문제가 아닌만큼 국내개발이 가능할 때까지 수입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수입선 다변화’라는 정부시책에도 불구하고 일제전광판을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고화질 제품이 국내에선 생산이 안되는 품목이라는 것때문이었다. 동아도 역시 조선과 비슷한 수준의 전광판을 설치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면서 지난 4월께 수입승인을 통상산업부에 요청해 둔 상태다.

난처한 것은 통상산업부다. 국내업자와 힘있는 언론사들 사이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산업부 한 사무관은 “조선에 이미 수입허가를 내준 마당에 동아의 수입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는 처지”라며 “그러나 국내업자들의 반발이 너무 강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처럼 신문사들의 밀어붙이기, 중소업체들의 아우성, 통산사업부의 혼선이 어우러져 전광판 문제는 출발부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언론사들이 꼭 이 시점에 일제전광판을 들여와야 하느냐는 문제제기 만큼은 흘려 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