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가 6·25 특집을 선거 직전인 24,25일 이틀간 집중 편성한 것은 의례적인 차원을 넘어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안보상품을 동원, 유권자들의 안정희구 심리를 자극해 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방송사노조는 이번 6.25특집이 양적으로나 내용면으로나 선거가 없던 다른 해보다 긴장고조 의식을 더욱 높힐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노조는 후보자를 결정하는 시점인 지자제 선거 직전 24, 25일에 5시간 30분~9시간 가량 집중편성함으로써 선거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있다.

KBS의 경우 예년에 비해 프로그램 꼭지수만 두배 가량 늘어났고 내용 또한 지난해에 일부프로가 민족화해를 통한 통일 지향적이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안보의식 고취에 모든 프로가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MBC 강성구 사장이 지난달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안보의식을 강조하면서 6·25 특집에 많은 신경을 쓰라고 지시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두 방송사의 이같은 편성방침이 정권과의 교감에 의한것인지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여권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동안 정권차원에서도 언제나 선거 때만 되면 안보상품을 들고 나왔다. 선거 전이면 의례히 발표되는 간첩단 사건이 대표적이다. 역대 정권은 이를 통해 보수회귀 심리를 부추겼고 그 부추김은 언제나 안정과 안보를 외치는 정부 여당에 유리한 선거결과로 나타났다. 이런 정권의 의도에 언론이 충실히 화답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6·25특집 때문에 선거 직전인 24, 25일 국민들은 화면을 통해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상당부분 접하기 어렵게 됐다. 지역의 일꾼을 결정하는 마지막 기준이 될 시간에 시청자들은 ‘상기하자 6·25’만을 쳐다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KBS가 <일요스페셜> <열린음악회> 등의 경우처럼 정규방송을 6·25 특집방송에 동원한 것도 문제점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정규방송의 경우 최소 1달 전에 제작자들의 기획과 검토의 과정을 거쳐 계획되는데 반해 6·25특집 같은 계기성 방송은 주로 방송고위 간부들의 주문에 의해 갑자기 끼어들어 다른 정규방송을 졸속으로 제작하도록 만드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게 일선 제작자들의 말이다. 일선 PD들이 이같은 계기성 프로 맡기를 꺼린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일선 방송사 제작진들은 “이번 지자제 선거보도를 통해 편파보도의 오명을 벗고 공정성을 지켜내기 위해 선거보도 기준안을 만드는 등 노력했지만 선거직전 6·25특집 무더기 편성으로 또다시 공정방송 의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6·25 특집방송 대량편성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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