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을 둘러싼 진통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한나라당의 반대로 16일 또다시 무산된 것이다. 이로써 야당 추천몫 헌재 재판관은 두 달이 넘도록 공석상태로 남게 됐다. 입헌주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보루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9인이 정수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이 파행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용환 후보자를 거부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이해라도 해보련만,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 인준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명분은 달랑 조 후보자가 했다는 ‘천안한 발언’뿐이다. 국회 청문회 당시 조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만 확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조심스럽다’는 지극히 법률가다운 답변을 했다. 이 같은 조 후보자의 발언을 의심스러운 국가관과 연결시키는 한나라당과 일부 수구언론의 작태는 전형적인 사실왜곡에 해당한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자신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도대체 한나라당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조 후보자 인준에 극력 반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6월 30일 방송된 KBS <뉴스9>
 
한나라당의 조용환 비토가 잘못된 이유들

대부분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조용환 후보자가 그냥 싫은 것이다. 조용환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삶의 궤적이 못마땅하고, 그가 지향하는 헌법적 가치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며, 그가 지닌 법률적 이론의 치밀함이 두려운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소수자 보호를 위해 헌신해 온 조 후보자의 이력과 지향이 마뜩치 않고, 조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이 된 후 바뀌게 될지도 모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경향이 우려되는 것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토는 이중으로 잘못됐다. 먼저 야당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한 인준을 타당한 근거 없이 거부하는 것은 크게 그릇된 일이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9인의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국회가 3명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헌법재판관은 3명이다. 현행헌법이 헌법재판관 구성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의 합동행위로 규정한 까닭은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가 특정 기관에 예속되는 것을 방지하고 간접적이긴 하나 민주적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한편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3명 중 1명은 관례적으로 야당 몫으로 간주됐는데, 이는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원성 확보 차원이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지금 한나라당이 보이는 행태는 헌법재판관 구성의 취지 및 배경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한나라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경향이 전향적으로 변화할까 두려워 조 후보자 인준을 거부하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한 대목이다. 최근 들어 부쩍 중요성과 영향력이 커진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것과 소수자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구성의 다양성을 주문받고 있다. 전통적인 법관 및 검사들에게서 나타나기 쉬운 획일화된 경험과 가치관이 헌법재판에 미칠 한계가 뚜렷하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헌법과 법률과 기본권과 사실관계를 바라볼 수 있는 헌법재판관의 충원이 필수적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기관 설립 이후 현재까지 입헌주의 실현 및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종종 시대 흐름이나 진전된 국민들의 인권의식에 걸맞지 않는 결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 사형제에 대한 합헌결정, 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에 대한 위헌 결정, 미디어법 관련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결정 같은 것들이 좋은 예다.

헌법재판소는 권력기관들에 대한 규범통제와 국민의 기본권 확장에 보다 전향적일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은 틀에 박히지 않은 헌법적 가치관 및 실현되지 않는 국민의 기본권을 예리하게 감득할 수 있는 윤리적 감수성을 갖춘 헌법재판관들의 확보다. 조용환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거부감은 헌법재판소의 선진화를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뿐이다.

한나라당은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몽니를 멈추라

한나라당의 주장과는 달리 조용환 후보자는 그 누구보다 헌법재판관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조 후보자의 인품과 이력과 실력은 어느 것 하나 헌법재판관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조 후보자는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소수자 보호라는 시대정신에 정확히 부합하는 인물이다.

한나라당은 이쯤에서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와 반대를 멈추는 것이 좋겠다.그 정도 했으면 보수세력의 심기도 충분히 헤아린 셈이다. 조용환 후보자를 품지 못할 정도의 도량으로는 한나라당이 멋진 보수정당으로 변신할 수 없음을 한나라당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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