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PD수첩-광우병 편> 제작진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최근 송일준 PD(2008년 방송 당시 <PD수첩> 진행자), 조능희 PD(당시 <PD수첩> CP)와 ‘광우병 편’을 연출한 이춘근 PD, 김보슬 PD, 그리고 당시 시사교양국장을 맡았던 정호식 PD에게 오는 19일 오전 10시까지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대법원이 지난 2일 < PD수첩 > 제작진에게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MBC 사측은 이들에게 ‘회사 명예 실추’ 등의 이유를 앞세우고 있다 한다. MBC 경영진이 만약 < PD수첩 > 제작진을 징계한다면 그것은 언론의 핵심적 역할과 기능의 하나인 탐사보도를 부정하면서 궁극적으로 언론자유를 축소시키는 자해행위로 언론사에 기록될 것이다.
MBC 경영진은 < PD수첩-광우병 편 >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사과방송을 내보낸 데 이어 다음날에는 주요 중앙일간신문에 사과문을 게재한 것은 2008년 촛불 정국이 마치 MBC < PD수첩 >탓 인양 몰고 간 이명박 정권의 부적절한 정치행위에 동조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했다. MBC 경영진이 상식에 벗어난 행위를 한 것은 < PD수첩 > 제작진을 징계해 청와대를 만족시키려는 저의가 숨겨져 있었고 결국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2008년 당시 시민사회가 분노하고 장기간 반정부 시위를 벌인 것은 MBC < PD수첩>을 비롯한 많은 언론매체가, 이명박 정부의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을 추진하려 한 것을 규탄한 결과다. 이명박 정권은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결국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계획을 크게 수정하고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지만 나중에 시위가 중단된 뒤 치욕적인 실정을 호도하기 위해 MBC < PD수첩 >을 지목해 소송을 제기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명박 정권의 MBC < PD수첩 >탄압은 전형적인 공작 정치의 한 형태다. 거기에는 < PD수첩 >을 촛불 시위의 원인 제공자로 ‘낙인’을 찍어 전체 집권층의 공공의 적으로 단순화시키면서 다른 언론매체의 정부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면서 대중을 기만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었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관이 매우 비정상적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조직의 고위 공직자가 언론 보도를 명예훼손으로 제소케 하거나 거대 자본과 신문사가 TV를 겸하도록 법제화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MBC < PD수첩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청와대 등 집권층의 몰상식한 태도, 정치 검찰이 보여준 추악한 모습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2일 < PD수첩 > 제작진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대책이 얼마나 반민주적인 것인지를 심판한 것이다. 그런데도 MBC 경영진은 사법적 판단의 큰 틀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는 철저히 외면한 채 < PD수첩 > 내용의 일부에 대한 판결 내용을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다.
MBC 경영진의 그런 태도는 < PD수첩 >의 방송내용의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을 자성하는 차원을 넘어 ‘미국산 쇠고기’ 편에 대한 이 정권의 야만적 탄압과 검찰의 무리한 기소 내용을 추종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대법원이 인정한 언론의 고유 영역을 언론사 스스로 짓밟으면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 정책에 박수갈채를 보낸 것과 같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소금 역할이다. 언론이 환경을 감시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역할은 사회의 어느 다른 기구가 대신하기 어려운 특수한 기능이다. 특히 언론이 정치권력 등 힘 있는 기관에서 감추거나 거짓말하는 것에 대해 진실을 밝히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탐사보도는 언론만이 행하는 고유 영역의 하나다. MBC < PD수첩 >은 한국 언론의 탐사보도에 큰 기여를 한 대표적인 존재다. MBC < PD수첩 >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것은 언론자유 확대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탐사보도를 위한 취재 작업을 벌이는 것은 관청의 보도 자료를 받아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탐사보도는 언론인이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할 만큼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탐사보도 대상은 거대한 권력구조가 대부분으로 그 취재부터 엄청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 결과 힘겹게 취재 보도한 내용이 100% 완벽하기 매우 어렵다. 큰 틀의 진실을 규명하고 폭로하면서 극히 일부가 사실과 거리가 있거나 부정확한 것을 피하기 힘들다. 탐사보도 대상이 막강한 정치권력일 때 더욱 그러하다.
관련기사
해외에서 오늘날에도 탐사보도에 앞장선 언론인에 대한 갖가지 방해 공작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언론인 살해도 발생한다. 그런데도 탐사보도에 매진하는 언론인의 경우 진실 확인과 정의 수립을 위한 개인적 열정, 사명감으로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탐사보도 취재과정은 사법기관의 수사권 발동 등과 큰 차이가 있어 엄청난 장애에 부딪히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이유로 탐사저널리즘에서는, 탐사보도의 일부가 부정확할 경우 이는 탐사보도를 담당하는 언론인의 과오라기보다 진실 은폐나 취재 비협조, 방해를 자행한 탐사보도 대상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MBC경영진은 < PD수첩 >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기본 취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을 더욱 확대해 민주주의 발전에 언론이 기여토록 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언론사 경영진이 청와대 등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그들에게 야합하는 식의 행동을 한다면 언론사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 그런 경영인은 언론을 고사시키는 것으로 정치공작의 하수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MBC 경영진이 < PD수첩 >을 징계한다면 그것은 MBC가 언론사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치명적인 과오로 역사에 기록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