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자 조선일보 칼럼 코너<태평로>에는 박정훈 기사기획 에디터의 ‘4대강 난리 난다던 사람들의 침묵’이란 글이 게재됐다. 박정훈 에디터는 “4대강 사업 반대 진영이 돌연 조용해졌다”라면서 그 이유를 반대 진영이 주장한 4대강 홍수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는 “(4대강 반대 진영이) 4대강과 무관한 경안천, 팔당댐 범람을 거론하거나, 우발적인 사고를 지적하며 변죽을 울리는 정도다”라며 “4대강 반대 측이 주민의 피해 감소 증언을 뒤집을 근거를 제시하든지, 아니면 솔직히 오류를 시인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대 측은 4대강에 대한 관심 자체를 잃은 것처럼 보인다”면서 ‘좌파의 치고 빠지기’를 언급하며 “국가 백년대계를 좌우할 4대강 논쟁도 결국 이념 싸움으로 흘러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정훈 에디터는 사회정책부장 시절인 지난 2010년 4월 29일자 <태평로>에서 “4대강 논쟁, ‘솔직해집시다’”라며 유난히 ‘솔직히’란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필자 역시 조선일보가 좀 더 솔직해졌으면 한다. 박정훈 에디터는 기사에서 “정부가 홍수 피해가 줄었다고 하는 것이 분명 과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4대강 사업 때문에 홍수 피해가 없었다’라는 MB정권의 홍보 전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일부 사건·사고는 별일 아니며 4대강 사업 탓이 아니라는 해석도 똑같다. ‘4대강 사업 반대=좌파’라는 정권과 개발진영의 낡은 색깔 전술 역시 그대로다.

   
▲ 15일자 조선일보 칼럼.
 
박 에디터의 주장처럼 4대강 유역에 큰 피해가 없었고, 반대 진영은 4대강과 무관한 사례들로만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일까? 박 에디터의 기사에는 태풍 루사와 매미 때도 멀쩡했던 왜관철교와 남지철교 붕괴 내용은 쏙 빠져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두 번씩이나 발생한 구미 단수 사태도 없다. ‘MB캐년’이란 신조어가 만들어 질만큼 심각한 4대강 전역의 지천 침식 현상도 누락됐다. 필자는 조선일보 기사의 표현 그대로 ‘박 에디터는 정권 주장을 홍보하기 위해 비겁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라’고 말하고 싶다.

경안천 홍수 피해가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는 것 역시 틀린 주장이다. 4대강 반대 진영은 4대강과 같은 국가하천은 이미 97% 정비가 끝나 홍수 위험이 없다고 밝히며, 홍수 위험은 지류지천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MB 정권은 4대강 사업을 하면 지류지천의 홍수 피해를 막는다고 주장했다. 정권의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 주는 것이 바로 경안천 사례다.

   
▲ 올 여름 4대강 사업 공사 현장 곳곳에서 지반이 붕괴된 것을 나야가라 폭포에 빗대 'MB야가라' 폭포로 명명한게 누리꾼들 사이에 회자됐다. ⓒ김성만
 
   
▲ 올 여름 4대강 사업 공사 현장 곳곳에서 지반이 붕괴된 것을 그랜드캐년에 빗대 'MB캐년'으로 명명한게 누리꾼들 사이에 회자됐다. ⓒ김성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 시절인 2010년 2월 27일 방송 프로그램에서 4대강 사업이 친서민 사업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강남, 분당 같은 곳엔 홍수 피해가 나지 않으며, 단독주택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4대강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이다. 박 장관의 장담과 달리 4대강 사업이 마무리 단계라는 2011년 불행히도 강남 지역에서 큰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4대강 반대 진영이 침묵하고 있다는 것도 자의적 평가에 불과하다. 지난 8월 국제적 홍수 및 하천 전문가인 독일의 베른하르트 교수와 일본의 이마모토 교수가 방한해 4대강 현장을 조사하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가졌다.

또한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파워블러거, 트위터리안 들이 모인 ‘MB씨 4대강 비리 수첩 제작단’은 정권의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론을 제기해 왔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의도적으로 4대강 반대 진영의 내용을 보도하지 않으면서 이를 침묵이라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불손하다.

   
▲ 1905년 1월 개통돼 '호국의 다리'로 명명된 옛 왜관철교가 지난 6월25일 처음으로 붕괴됐다. ⓒ KBS
 
조선일보의 이런 기사는 오는 10월 22일로 예정된 4대강 그랜드 오픈 행사를 위한 정권의 언론 전술이다. MB 정권의 명운이 달린 4대강 사업 치장을 위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자 하는 의도가 너무나 명확하다.

4대강 사업은 이념 논쟁이 아니라 상식 논쟁이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상식이며, 국제적 하천 복원의 흐름은 강을 막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이를 철거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독일의 베른하르트 교수가 “한국의 4대강 사업은 자연에 대한 강간”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썼겠는가? 정부의 홍보를 그대로 답습하며, 4대강 논쟁을 색깔론으로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상식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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