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세 의혹을 받아온 이른바 국민 MC 강호동씨가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계가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강씨가 간판 MC로 출연하고 있는 KBS '1박2일' 제작진과도 전혀 상의를 하지 않아, 제작진도 충격 속에 사로잡혔다. 

강호동씨는 9일 저녁 6시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최근 세금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여러분의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 강호동의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의 사랑에 실망을 드렸다”고 밝혔다.

세금문제에 대해 강씨는 “이유를 막론하고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제 책임”이라며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얼마나 큰 것인지 이 시간에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TV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께 웃음과 행복을 드려야 하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명령”이라며 “그런데 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찌 뻔뻔하게 TV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느냐. 제 얼굴을 본들 시청자 여러분께서 어찌 맘 편히 웃으시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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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리하여 저는 이 자리를 빌어…이 시간 이후로 잠정 연예계를 은퇴하고자 한다”며 “강호동이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내린 고민”이라고 밝혔다.

강씨는 “젊어서는 씨름밖에 몰랐고 방송밖에 모른 채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자숙의 시간 동안 비단 세금뿐만 아니라 정신없다는,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살아온 건 없는지, 인기에 치여 오만해진 건 아닌지 제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KBS <해피선데> ‘1박2일’과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 SBS의 <강심장> 등 하고 현재 진행중인 프로그램 출연과 관련해 “최대한 방송국과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차시기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죄드리며, 저는 지금 떠나지만 시청자 여러분께 지금껏 받은 분에 넘치는 사랑, 절대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강씨의 긴급발표는 방송 3사 프로그램 제작진과 아무런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6개월간 유종의 미를 거둔뒤 ‘1박2일’을 종영하겠다고 불과 3주 전에 발표했던 KBS는 충격 속에 휩싸였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이날 저녁 “현재 제작진은 ‘사전 협의없이 발표된 것이라 매우 당혹스럽다’는 것”이라며 “‘1박 2’일 제작진이 향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며, 입장 정리되면 추후 밝힌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배 실장은 “제작진에게도 강씨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는지 설명이 없었고, 그저 회견 1시간 전에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고만 해서 지켜봤던 것인데, 잠정 은퇴 선언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강씨가 탈세도 처음일 뿐 아니라 여론이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할 줄도 전혀 예상하지 못해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메인 연출자인 나영석 KBS PD는 이데일리 스타in 등 연예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강호동씨의 은퇴 결심을 알고 있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나 PD는 강호동의 은퇴 결심을 만류하기도 했지만 강호동의 의지가 확고해 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는 “4년 넘게 `1박2일`을 함께 해 온 분이라 PD로서 안타까울 뿐”이라며 “강호동 씨가 이번 일로 정말 힘들어했다. 근 3~4일은 거의 패닉상태였다”고 말했다고 이데일리는 전했다.

이에 따라 KBS 1박2일 팀은 강호동 없는 1박 2일을 제작하게 됐다.

[기사수정 19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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