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사흘만에 서울시장 선거 판도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다수 언론도 깜짝 놀라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언론 내부의 시각은 어떤 것일까?

주요 언론사 편집국장과 정치부장 등 주요 보도 책임자들은 ‘안철수현상’이 과거 문국현의 등장 때와는 또 다른 파괴력을 갖고 있는 “놀라운 일”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변수’라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그만큼 현재의 여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할 경우 과연 인물이나 정책에 대한 거센 네거티브 공세를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반응이 많았다. 또 인물 위주의 이같은 ‘돌출변수’가 과연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정당정치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직후 폭발적인 관심과 반응이 나온 것과 관련해 서울신문의 편집국 고위간부는 5일 “기성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며,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가 얼마나 깊은가를 충격적으로 확인해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정치판에 나쁘지 않은 효과를 줄 것”이라면서도 “대의정치라는 면에서 볼 때, 여야 정당이 순식간에 배척받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준다”고 해석했다.

강호원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이번 안철수 현상을 두고 “안철수 원장의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하고, (기성 정치권과 별도로) 그동안 쌓아온 새로운 지지기반이 상당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광덕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안철수 백신’이라는 사회적 기여, 그 성과에 대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강덕 KBS 정치부장은 “안 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인상비평 정도로 볼 수도 있겠다”며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식상함과 반감 때문에 안원장의 참신함이 호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어디까지나 선거전에 들어가기 전의 현상일 뿐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오른쪽)이 2일 오후 서울 연희동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2011희망공감청춘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이강덕 KBS 정치부장은 “선거가 시작된 뒤 상황은 다를 수 있다”며 “정책을 내놓고 인물과 정책을 검증받으면서도 (지금과 같은 높은) 후보 지지도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덕 한국일보 정치부장도 “안 원장은 정책이나 조직이 없다”며 “상대가 있는데 어떻게 싸워가고 통합해 갈 것인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편집국 고위간부는 “정치에 대한 염증이 전보다 강해졌을 수도 있고, 과거 문국현 때 보다 더 파장이 있을 것 같으나 꼭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며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한 호감도는 있지만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가게 되면 안 원장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당장 의문이 제기될 것이며, 정치판의 거센 네거티브 공세에 (안 원장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들 언론계 인사들은 이번 ‘안철수현상’이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흐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강호원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안철수라는 인물이 뜨고 있다는 것 자체만 봐도 우리나라 정치권의 지형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며 “안 원장이 권력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기 않은 기존 정치권과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총선 대선 등 향후 한국의 정치 방향성에 나름 영향을 미칠 요인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신문 편집국 고위간부도 “총선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안철수현상으로 나타난 여론의 흐름과 그 이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여론에는 기존 정당에 대한 반발이 담겨있고, ‘제3정당 태동’이나 ‘무소속의 부상’과 같은 정치적 흐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 자체로 서울시장 선거 판도가 요동을 치고 기존 정당들의 선거일정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는 점 등이 그 조짐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강덕 KBS 정치부장은 ““아마추어의 등장이 신선함을 줄 수는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정치바람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것이 나름대로 상당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기성 정당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부장은 안철수 현상이 기성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기성 정치권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폭발적 반감의 표출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기성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심각한 위기상황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오른쪽)이 2일 오후 서울 연희동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2011희망공감청춘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이같은 현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김광덕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SNS가 있어서 지금은 (조직이 없어도) 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있다”면서도 “이는 한국정치에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한국정치의) 뿌리가 되는 두 정당이 대안(인물)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는 것은 정당정치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정치적 혐오 현상에 바탕해 나온 인사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말 그대로 이미지 정치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강하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제2, 제3의 안철수가 나올수도 있겠고, 그러면 정치판의 유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도 “안 원장가 성공해도 정치권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안 원장에 대해 “그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으나 다만, 안 원장에 대한 여론의 지지와 김제동씨에 대한 인기가 무슨 차별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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