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 OBS경인TV가 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측 대변인을 맡은 경력이 있는 간부를 보도국장으로 내정해, OBS 노조와 기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 등에 따르면, OBS는 1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신임 보도국장에 경영기획실 간부를 임명할 예정이다. 이 같은 내정설이 알려지자, 현재 OBS 내부에서는 이 간부가 지난 2006년 지방 선거 당시 한나라당 수원 시장 후보 캠프의 대변인으로 일한 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해당 캠프의 김용서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돼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OBS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이런 전력을 가진 사람을 보도국장으로 앉혀서야 OBS 뉴스의 신뢰도와 회사의 위상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어느 모로 보나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OBS 노조는 “데스크로서의 경험도 짧고 정치․사회 등 ‘중앙 출입처’에 대한 경험이 사실상 전무해 현재 보도국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경영실 간부로서 노조에)언론사 간부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할 폭압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에 위치한 OBS 경인TV 사옥 모습. 이치열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노조는 또 “최근 하루가 멀다고 기자들이 이탈하는 보도국 상황에서는 능력과 자질, 덕망과 리더십을 고루 갖춘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보도국장을 비롯한 편성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 재고, 외부 인사 영입 등을 김종오 사장에게 요구했다.

특히, 보도국 기자들도 실명으로 ‘능력과 소양, 정치적 독립성과 보도 독립 의지를 갖춘 보도국장을 원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경영기획실 해당 간부의 보도국장 내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 16명의 기자들은 실명과 함께 ‘OBS 보도국을 사랑하는 취재기자(10기 이하) 일동’ 이름으로 “일선 기자들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사측의 일방적 조치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다”며 “기자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인물에 대한 차기 보도국장 내정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자들은 보도국장의 첫 번째 자질로 “보도국장은 선거 국면에서 공정보도를 이끌 적임자여야 한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이력의 소유자라면 적어도 보도국장이 되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성명에 참여한 한 기자는 통화에서 “50여 명의 기자 중에서 3분의 1이 참여한 것으로, 창사 이래 기명으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며 “보도국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 있다”고 보도국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해당 간부는 당시 한나라당측 대변인을 맡게 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노조, 보도국 기자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통화에서 “(해당 후보에게)2001년 iTV 시절에 큰 (마음의)빚을 졌는데, OBS 개국 전인 2006년에 일이 없을 당시 도움을 요청 받았다”며 “OBS가 어려운 시절에 지역 사회에서 도와준 초등학교 선배를 모른 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당시 경험에 대해 “MLB 방송 당시 전국 방송이 금지되는 방송권역 문제가 있어 서명운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후보가 당시 경기도 시ㆍ군의회의장 협의회장으로 서명을 모두 받아줘 빚을 졌다”며 “사람이라면 보은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대변인을 맡을지 모르고 캠프에 갔고, 보도자료를 쓰면 내용을 검토하고 방향을 잡아주기만 했다”며 “대변인 이름으로 보도자료가 나가 화들짝 놀랐고, 캠프에서 3일 만에 빠지겠다고 했다. (이름이)오픈 되는 것이었다면 (애초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뜻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OBS가 정파(停波)된 이후 650일간 순수하게 (개국을 위해) 노력했던 것에 3일이 낀 것”이라며 “(노조 성명은) 고생했던 사람에게 비수를 꽂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인간적 배신감”, “마녀사냥”이라며 노조의 지적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뚜렷한 보도 방향과 철학을 갖고 있다. (노조, 기자들 성명은)기우다”라며 “(임명 시) 후배들이 ‘큰 실수를 했구나’라고 생각이 들게 보도를 하겠다”고 밝혀, 자질-능력-노사 관계 관련 비판을 일축했다. 

한편, 지난 17일 OBS 노보에 따르면, 보도국 내 간부 1명과 5~6년차 취재기자 12명(채널A 6명, jTBC 3명, CSTV 2명, 연합보도전문채널 2명)이 종편․보도채널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지난 7월2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OBS 관련 서울 지역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송출 승인 신청을 의결해, 8월부터 서울 전지역에서 OBS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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