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6·2지방선거 직전 후보단일화에 합의하고 후보자에서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을 제공한 일이 밝혀지면서 검찰 수사가 다른 지역의 교육감 선거의 후보단일화 과정까지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이번 수사를 계기로 이른바 ‘야권연대’로 불리는 후보단일화 자체도 위축되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명기 교수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이미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이후에야 단일화에 합의했고, 그에 따른 기탁금(5000만원) 및 각종 선거비용의 보전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많은 경제적 손실을 떠안은 것이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된 만큼, 향후 '후보자 등록' 이후의 후보단일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 교육감을 포함해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전국에 걸쳐 교육감 후보로 등록한 이는 모두 74명.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일신상의 사유(박명기 후보)·자진사퇴·후보단일화 등의 이유로 7명이 사퇴했다. 교육감 후보자등록을 하게 되면 기탁금 5000만 원을 내야 하고, 투표율 10% 이상이 안나오면 기탁금 뿐 아니라 선거에 들어간 비용까지 한 푼도 돌려받거나 보전받지 못한다.

지난해 서울 강북·성북·종로·중구 교육위원에 출마했다 낙선한 정영배 전교조 새로운학교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29일 이번 사건을 두고 “검찰이 몰래 내사하고 있다가 이번에 터뜨린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지역도 더 파보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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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방 교육감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이같은 사례가 더 나올지는 회의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후보단일화를 통해 당선된 진보 교육감은 곽 교육감을 비롯해 김상곤 경기교육감, 민병희 강원 교육감, 김승환 전북 교육감, 장휘국 광주 교육감, 장만채 전남 교육감 등 6명이었는데, 대체로 큰 잡음이 없었다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 평이다. 서울 교육감 후보단일화 과정이 유달리 진통을 겪었다는 것. 또한 선거일이 이미 1년 넘게 지나 곽 교육감 경우처럼 6개월(공소시효) 이전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면 대부분 처벌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앙선관위 조사1과 이희영 주무관은 "내 생각엔 대부분 공소시효가 완료돼 특별한 첩보가 없는 한 조사를 확대해도 처벌할 만한 사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배 전교조 새로운학교특위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 중 서울교육감의 단일화 과정이 힘들어서 문제의 소지가 있었을 뿐이지, 다른 교육감은 그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강원 교육감 후보단일화 때 전직 교육위원 2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모두 깨끗하게 단일화에 합의해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서울과 달리 지방의 경우 대부분 후보를 추대하는 형식이었고, 진보진영이 확실히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단일화 합의 이면에 문제가 생길 상황이 아니었다”며 “더구나 당선된 교육감이 후보단일화에 합의해준 후보의 선거비용을 부담해주는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후보자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면 거래를 할 가능성도 없고, 이런 일이 실제로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일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 돈을 줬다는 신고를 받아 8일 검찰에 수사자료를 제출했다.

선관위는 신고 내용을 검토한 결과 ‘사퇴 목적으로 줬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했지만 공소시효가 얼마남지 않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선거전 있었던 행위의 경우 선거일 이후 6개월까지이며, 선거일 이후 벌어진 행위의 경우 그 사건 발생 6개월까지이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이밖에 검찰로부터 별도의 자료요청을 받았거나 자료를 건넨 일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시·도지사나 교육감 등 덩치가 큰 선거에서 이런 거액의 금품이 오간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선관위 설명이다. 중앙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29일 “교육감, 대선, 총선에서 후보단일화 문제로 이런 거액의 금품이 오간 것 뿐 아니라 선거법에 위반된 것도 처음인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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