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문은 외국의 신문에 비해 사회면 기사의 선정성이 심하고 경제면도 깊이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와 중앙일보 정치면과 편집방향에 대한 분석결과를 게재한데 이어 이번주에는 섹션구성, 사회면과 경제·문화면에 대한 비교결과를 요약해 싣는다. 이 연구는 고려대 신문방송연구소가 중앙일보의 의뢰를 받아 실시했다. <편집자>

◇섹션구성

중앙은 일요판을 합쳐 종합·경제·문화·스포츠 등 4개 섹션으로 다루고 있다. 일요판을 제외한 월~토요일 판은 획일적으로 종합·경제·스포츠만을 다루고 있다.

이에 반해 뉴욕타임스(NYT)는 매일 발행하는 제3섹션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면서 종합·지역뉴스·스포츠·과학·생활·가정·주말·경제 등 8개의 섹션으로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NYT가 일요일을 제외한 6일간 발행면수가 4백58면인데 비해 중앙은 2백80면이다. 면수가 적어 섹션의 다양화가 힘들다고 해도 심층성과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주제별, 섹션별 특화 전략은 꾀할 수 있다. 중앙의 섹션은 기존의 종합일간지적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인상을 주고있다.

NYT는 중앙보다 섹션내에서 숫적으로 변화가 많은 발행을 하고 있다. 주별신문 가독시간 여부와 라이
프 스타일에 따른 구독욕구를 중심으로 편집할 뿐만 아니라 정보욕구에 대한 성향도 반영하여 다양한 섹션발행면수를 채택하고 있다.

◇사회면

NYT는 다루는 사건이나 제목에 있어 선정적 접근을 자제하고 있다. 이것은 NYT의 고급지를 지향하는 편집정책 때문일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일간지는 사회면 기사를 선정적이고 표피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런 선정적 보도는 독자의 왜곡된 요구를 일시적으로 만족시켜줄 뿐 어떤 사건을 사회·경제·정치와 연결시켜 바라보는 시각의 결핍을 초래한다.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사건의 경우 형 확정이 되지 않았는데도 용의자의 사진을 크게 다뤄 인권을 무시하는 것도 이 선정주의로부터 기인한다.

중앙 2월 11일자 사회면 톱기사 ‘청학동에 컴퓨터 열풍’은 중앙과 삼성전자의 관계가 연상돼 간접광고로 읽힐 수 있다. ‘청학동에 큰 변화를 몰아온 이 컴퓨터는 삼성데이타시스템이 기증한 것으로 이 회사직원의 건의를 남궁사장이 받아들여… ’ 등의 내용은 자제력을 잃은 간접광고였다.

NYT의 사설은 주장이 분명한 반면 중앙은 대안제시나 정책의 찬반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기보다 소위 공자 말씀 같은 당위를 남의 일같이 서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임을 깨달아야 한다’ 등이 많다.

◇경제면

NYT의 경제섹션은 종합·국내경제·국제경제·기업·시장·칼럼 등으로 확연히 구분돼 있는 반면 중앙은 종합·국제경제·칼럼·증권시장만 싣고 있어 아직 체계화가 돼 있지 못하다 .

우리나라 신문의 일반적 약점이기도 하지만 중앙의 경우 경제뉴스는 재정경제원이나 상공자원부의 보도자료를 축약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기사는 속성상 속보성이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취재할 수 있는 조건인데도 보도자료수준을 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다.

또 중요뉴스에 대해선 해설기사의 비중을 높이고 전문가의 문의, 인터뷰, 직접인용 등의 취재를 통해 심도있는 해설기사가 뒤따라야 한다.

일례로 중앙의 2월 7일과 8일자 기사를 보면 ‘돈 상반기중 8조 풀릴 것’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투자 35억달러로 늘어’라는 단신 기사가 있다. 이 기사들은 기업의 자금사정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정부의 세계화 추진정책에 따른 해외진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뉴스가치가 상당히 높은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분석이나 해설이 따라붙지 않았다.

반면 2월 11일자 NYT의 경제면은 95년도 도매물가지수가 0.3% 상승됐다는 조그만 뉴스를 다루면서 증시, 소비자 물가, 실질이자율 등에 미칠 효과를 경제전문가 3명의 분석과 함께 보도했다. 경제전문가 수준의 경제학적 논리가 뒷받침됐던 보도였다.

◇문화면

NYT는 문화행사에 대해 각종 문화행사를 일일이 소개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작품이나 행사의 재조망은 심도있게 집중적으로 싣는다.그리고 미리 행사의 내용과 질을 알 수 있는 경우에만 예고특집을 내보내고 행사 개막 후 그 성공도와 내실, 의의에 대한 평가가 함께 보도된다.

반면 우리나라 신문은 행사자체와 규모, 외양에 더 중요성을 둔다. 행사종료 후에 그 성과나 의의를 비판적,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사는 별로 없다. 가끔 비평가의 공연평이나 전시회 평이 있지만 어떤 원칙보다 그 신문사와의 연관성, 편집진과의 친분에 의해 평이 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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