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앙일보를 펴보면 유독 관심을 끄는 기사가 하나 있다. 지자제 여론조사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거의 매일같이 실리는 이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지지율 변화를 읽고 민심의 향방을 가늠해본다.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희비를 교차하게 만드는 주인공은 놀랍게도 경력 1년의 신참기자 김행씨다. 그러나 그는 다른 신참기자와 달리 기자라는 이름 앞에 ‘전문’이란 수식어가 붙어있다. 10년 간의 여론조사를 통해 쌓여진 전문성이 그를 그렇게 부르게 했다. 그는 또 얼마전 우리나라 기자로선 처음으로 모맥주회사의 광고모델로 출연했다. 모방송사로부터 고정출연 제의도 들어왔다.

그는 아주 우연한 계기로 전문기자에 입문하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 3월 우연히 중앙일보에 실린 사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그때까지 저는 전문기자의 역할이 자유롭게 출퇴근하면서 1주일에 기사 한꼭지 정도 쓰고 일반기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코멘트 정도 하는 것으로 알았지요.”

그러나 막상 전문기자가 되고난 뒤 그에게 부과된 일은 그가 얼마나 순진한 생각을 했는가를 금방 깨닫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난 1년간 약 2백50건의 기사를 쓴 것이다. 그의 기사가 한꼭지당 평균 20매에 달하니까 단행본으로 치면 3권 분량에 해당한다.

오히려 기사를 쓰는 것은 그가 하는 일의 작은 부분에 해당한다. 거의 매일같이 여론조사 문항을 기획하고 전화조사를 통해 나온 1차 자료(Raw Data)를 분석하고 전화를 통해 보충취재를 하다보면 새벽 2~3시를 넘기는 것은 다반사다. 이제 그는 기자란 직업에 대해 “조금 알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전문기자의 필요성에 대해 “정확성과 심층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문분야를 취재하다 보면 자칫 전문가의 의도에 말려들 위험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 요즘 서울시장 후보들이 교통에 관한 공약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그들의 공약을 후보의 도덕성이나 ‘감’만으로 판단해선 안되죠. 바로 그 때문에 의료전문기자, 교통전문기자가 필요합니다.”

요즘 그의 기사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하다. 기사가 나가자마자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낮은 후보 쪽에서 항의가 들어오는 것이다. 그만큼 지금 그는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된 예민한 자리에 위치해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맥주광고에 출연해 달라는 제일기획의 제의에 몹시 ‘예민’해진 적이 있다. 기자가 상업광고에 출연한 전례가 없어 고민했던 것이다. 회사 경영진과 숙의를 거쳐 광고가 나왔을 땐 쑥스러웠지만 의외로 반응은 좋았다고 한다.

조사전문기자라는 자리가 어차피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을 수 없는 만큼 고민과 속앓이가 크지만 그는 어느덧 1년의 세월동안 보기드문 ‘스타기자’로 불쑥 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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