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과정도 채 끝나기 전에 자진 사표를 제출하는 기자들이 적지않다. 경향, 동아, 한국, KBS, MBC, 한국경제 등에선 94년에 뽑은 기자중 각각 2~3명 내외가 6개월 이전에 조기퇴직했다. 이들은 왜 언론사를 떠나는 것일까. 그 어려운 언론고시를 통과해 천신만고 끝에 입성한 언론계를 왜 버리는 것일까.

모 중앙일간지에 입사했다 3개월만에 퇴사한 서모씨(22).

“술을 전혀 하지 못하는데 매일같이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또 아무런 준비없이 새로운 상황에 던져져 그것을 언제나 발빠르게 수행해야 하는 것도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는 원인을 자기자신의 소극적 성격에 돌렸다. 그러나 서모씨는 3개월 동안 자신의 마음을 동기들이나 선배들에게 털어놓지 못했다고 한다. 함께 힘들어 하는 동기들과 언제나 바쁘고 여유없는 선배들에게 그런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언론사의 인사담당자들은 이렇게 조기퇴직자가 늘어나는 것은 “요즘 신세대들이 대체로 참을성이 없고 지나치게 개인화됐기 때문”이라며 그 원인을 개인적인 것으로 돌렸다. 선배기자들도 최근 몇년 사이 입사한 기자들에 대해 “어려운 일이 닥칠 때 사명감과 의무감으로 버티기보다는 그저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조기에 퇴직하는 수습기자들에게만 돌릴 수 없는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4개월만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김모씨(27)는 신문사를 군대에 비유했다.

“신문사는 군대 다음가는 획일적 조직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가 너무 많다. 그것이 업무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오직 후배라는 이유로 사적인 관계에서도 개인의 의사가 무시된다. 선배들도 수습시절에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텐데 막상 선배입장이 되니까 그때 고민을 잊어버리는 것같다.”

언제나 세상을 앞서간다고 자부하는 언론이지만 정작 그 안의 인간관계는 몇 십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세대들에겐 이런 인간관계가 자연스러울지 모르지만 지금 세대들에게 그것은 하나의 질곡으로 보인다.

현재 입사 8개월째로 접어든 경찰기자 박모씨(29)는 “현장에 던져놓을테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수습교육이 조기탈락자를 만드는 원인이며 지금까지 잘버텨온 수습기자들도 어떤 순간에 문득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습교육은 ‘Sink or Swim(가라앉든지 아니면 헤엄쳐라)’인 것이다.


글 싣는 순서

(1)떠도는 산업예비군 언론고시생
(2)왜 언론사로 몰리는가
(3)문제많은 입사제도
(4)차별이 낳은 그림의 떡

5늘어나는 조기퇴직자들

(6)본질 벗어난 보완책
(7)외국 언론사들의 입사제도
(8)토론 : 대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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