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밖에 못 잔 거 같네요.”

12일 오전 6시 30분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기자보다 일찍 현장에 나온 이성규(49) 독립 PD는 스마트폰을 연신 만지고 있었다. 밤늦게 찾아온 기자 때문에 새벽2시까지 잘 수 없었던 이 PD는 페이스북에 글을 쓰며 아침을 맞았다고 한다. 그는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당신은 왜 달려오지 않았는가?’를 새벽 4시 4분에 “강추”라며 소개했다.

방송계에서 신망을 얻고 있는 김 이사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BS의 이승만 다큐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두고 언론계 내부에선 갑론을박이 있던 차였다. 그는 “안전한 곳에서 비판하려는 학계와 달리 김 이사장은 논란의 현장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현장의 힘’을 중시하는 프리랜서 이 PD. 공영방송 파업 현장에서 연대 발언에 나서기도 하고, 불합리한 외주 제작 현실에 ‘삥 뜯는 지상파’라며 핏대를 세우기도 하는 ‘독설’ PD. 그의 이번 촬영은 보수적 색채가 강한 경북 안동에서 ‘종가’를 주제로 오는 추석에 방송되는 KBS의 2부작(120분) 외주 제작 다큐 프로그램이다.

안동 촬영은 이 PD, 김태곤(43) 촬영감독과 8월 한 달간 인턴으로 참여하는 조연출 최진남(21)의 몫이다. 빠듯한 일정일 수밖에 없는 인력 구조다.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청량고 학생 26명의 ‘활인심방’(活人心方) 체조를 카메라에 담은 뒤 간단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이날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현장 중시하는 독설 PD “비 오면 색감 죽는데…”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이다. 이 PD가 학생들에게 ‘선비문화수련원에 와 보니 어떠세요’,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라며 친근한 웃음을 지으며 여러 질문을 날렸지만, 톡톡 튀는 답변을 듣기는 어려웠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왔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친 이 PD. 사춘기 고등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여간 쉽지 않다.

 

   
오전 6시반부터 경북 안동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서 청량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성규 PD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여기에 더해 부슬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촬영지인 군자마을에 도착하자 이미 빗방울이 굵어졌다. “비가 오면 카메라 색감이 죽는데…”. 이 PD의 고민은 깊어져 간다. SUV ‘투싼’ 안에는 카메라, 스테디캠, 트라이포트, 노트북, 휴대용 크레인 등 각종 장비들이 뒷좌석까지 차지할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일단 군자마을 관장에게 인사부터 하러 갔다. 한옥집 마루에 마주하자, 김방식 관장은 “안동은 만석꾼 부자, 친일파, 송덕비가 없는 3무(無)의 고향”이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말했다. 이 PD도 “안동을 소재로 한 문화 향사들이 참 많은 예향과 풍류의 고향”이라고 화답했다. 양측 이야기가 무르익자 대뜸 김 관장이 “비도 오는데 술이나 드시죠”라고 말을 건넸지만, 이 PD는 “누구 잡을 일 있으세요”라며 웃음을 보이며 현장 나갈 채비를 했다.

하지만 1시간째 기다렸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다. 이날 촬영은 종가를 배경으로 촬영 중인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 제작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었다. <공주의 남자>제작진들도 꿈쩍하지 않아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 PD는 “PD는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사람인데, 지금 공주의 남자 PD도 속이 바짝바짝 탈 것”이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엑스트라 대기 장면을 촬영하자’, ‘다른 곳으로 가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묵묵히 그는 기다렸다.

 

   
항상 2, 3인을 한 팀으로 꾸려야 하기 때문에 PD도 장비운반은 필수. 카메라 감독의 뒤를 따라 트라이포트를 들고 이동하는 이 PD. 이치열 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기다린 지 약 1시간 반만인 10시께 <공주의 남자> 제작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엑스트라까지 포함해 100여 명이 분주히 움직였다. 수양대군으로 분한 김영철을 비롯해 박시후, 송종호, 문채원 등 탤런트들의 모습도 보였다. 빨간색 확성기를 든 엑스트라 반장은 ‘악역’답게 목청을 높게 질렀다. 대사·동선 등이 콘티와 달라질 때마다 ‘NG’가 터졌다. 한 엑스트라가 ‘저기 온다’라는 대사를 ‘수양대군 오신다’고 말해 촬영이 중단될 정도로 예민한 분위기였다. 우천으로 촬영 일정이 늦어져서인지 내주 방송분을 제작하는 담당 PD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그러나 이성규 PD는 오히려 “과거에는 지상파 PD들이 ‘외주에요?’, ‘몇 년차 PD에요?’라며 무시하는 듯한 말을 많이 했는데, 여기는 부드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실 촬영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이 PD가 탤런트 김영철을 찾아가 무언가를 얘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부 고참 탤런트들이 드라마 제작 현장을 촬영하는 외주 제작 촬영진에게 ‘쓴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공주의 남자 PD도 속탈 것NG없고 찍지 않으면 기다림”

이성규 PD가 방송국 관계자들을 만나는 사이, 촬영감독과 조연출은 드라마 카메라를 피해 제작 현장 곳곳을 누볐다. 이 순간만큼은 PD와 카메라 감독과 일절 대화가 없었다. 지상파 제작 방식과 다큐 제작 방식은 분명히 달라 보였다.

이 PD는 “지상파 PD는 대본, 동선, 콘티가 다 짜여 있는데 다큐는 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현장”이며 “NG가 없고 같은 것을 찍지 않으며 계속 기다리는 것이 다큐”라고 말했다. “카메라 감독이 알아서 순간순간의 장면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 감독과 PD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PD와 김 감독은 지난 6년간 다큐를 함께 촬영하며 ‘동고동락’해왔다.

 

   
김태곤 촬영감독과 이 PD가 호흡을 맞춘지도 6년. 이 PD는 김 감독의 HD촬영용 DSLR 카메라를 수동으로 줌인, 아웃하는 탁월한 기술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이치열 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사실 이 PD의 촬영진이 전후좌우 다각도로 분주히 촬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PD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다큐인들 사이에는 ‘시간을 번다’라는 말이 통용된다. 이는 제작물을 편집·완성하는데 일부 관련 장면(씬)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발생해 이를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그림’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상파 방송과 달리 제작·편집까지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야 하는 외주 제작 PD의 경우 ‘그림’을 놓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오후 12시 20분. 촬영을 마무리하고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이 PD의 낯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조금 전에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였다. 이 PD는 워낭소리를 만든 이충렬 PD의 뇌종양 소식이 뉴스에 떴다고 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자 이날 오전에 헤럴드경제 단독 기사로 <“영혼 바친 ‘워낭소리’ 만든 것 후회”>라는 이충렬 PD 인터뷰가 떠 있었다. 이 PD는 다시 담배를 꺼냈다.

독립 PD들 사이에서는 얼마 전부터 이충렬 PD의 입원 소식이 회자됐다고 한다. 이 PD는 워낭소리의 흥행 이후 이 PD가 겪은 경제적 타격보다도 ‘인간적 상처’에 안타까웠다고 한다. 특히, 1만 명의 관객에도 흥행으로 여기는 독립영화계에서 역대 최다 관객(295만 명)을 이끈 워낭소리 PD의 ‘상처’는 독립PD들의 ‘상처’이기도 했다. 이 PD는 “워낭소리의 흥행을 보고 독립PD 후배들이 ‘우리도 불안정 노동자를 탈피할 수 있겠구나’라는 분위기가 많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워낭소리 이충렬PD 소식 충격…척박한 독립PD들의 자화상

초대 독립PD협회장을 맡았던 이 PD에게 점심 식사 중에도 지인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전화를 끝내고 뒤늦게 묵묵히 점심을 먹는 이 PD에게 한국다큐의 독립 PD 1세대로서 겪었던 척박한 현실이 비춰 보였다.

“MBC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의 고생이 감동적으로 방송됐다. 그런데 독립 PD들은 히말라야 가서 발가락이 잘리고 촬영하다 죽은 적도 부지기수다. 나도 촬영하다가 이가 모두 다 나갔다. 다만, 보도가 안 될 뿐이다. 야외 촬영이라는 게 원래 고생하는 게 기본이다. 지상파로 쏠리는 양극화도 심각해지고 있다. 장비와 기술의 선진화로 원맨 제작 시스템이 강해져 방송국의 단가 낮추기와 인력 감축이 가능해졌다. 결과적으로 (외주사)제작비까지 감소되고 있어 결국 인건비가 줄어들고 있다. ‘돈 만원 주면서, 치킨-맥주-오징어땅콩 사와’라는 식이다. 종편 출범으로 두려운 것은 연예인 출연료가 증가하고 이 증가분만큼 제작비는 줄어드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절망적 현실이다.”

“진보든 보수든 착취하는 시기”라는 이 PD의 촌평에는 방송사에 납품하는 외주 제작사와 프로그램 계약을 맺는 독립 PD들의 불안정한 노동 현실이 투영돼 있어 보였다.

현실의 ‘아픔’을 뒤로한 채 본격적인 종가 촬영이 시작됐다. 김병일 선비문화원 이사장과 짤막한 인터뷰를 마무리 한 뒤, 이 PD는 문화원 앞의 퇴계 종가를 다시 방문했다. 그는 두 달 전부터 촬영을 시작해 지난 3일부터 안동의 학봉-서애-농암-대산-퇴계 종가와 하회마을쪽을 방문했는데, 퇴계 종가 어르신은 수차례 방문에도 촬영을 사양해 왔다.

 

   
점심 식사를 한 뒤 오후 2시께 김병일 선비문화원 이사장과 짤막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이 PD는 종가 방문시 예의인 큰절부터 하고 무릎을 꿇었다. 귀가 안 들리는 어르신에게 “선비문화원에 왔다 인사드리러 왔습니다”라고 작은 칠판에 글씨를 쓰자, 이근필 어르신은 “이리로 오세요”라며 환한 웃음을 짓고 차부터 대접했다. 하지만 이 PD가 “두 달 전에 인사드린 적 있습니다. 도산서원과 대산 종가에서도 뵈었습니다. 10일 전 학봉 어르신과도 함께 만났습니다”라며 “저와 말씀 나누는 걸 사진 찍어도 될까요”라고 쓰자, 어르신은 “귀가 안 들려 정신이 없다”며 이날도 손사래를 쳤다.

 

   
이근필 어르신과의 필담. 이치열 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종가집 어머니는 맘문 닫고…내가 먼저 가서 깨지자 자세로

이 PD는 이날도 ‘헛걸음’이라고 생각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자 어르신은 미디어오늘 취재진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며 하얀 봉투를 꺼내왔다. 봉투 안에는 퇴계선생의 수신십훈(修身十訓)을 인쇄한 종이와 화선지에 붓글씨로 ‘예인조복’(譽人造福)이라고 쓰인 종이가 두 장 들어 있었다. 이근필 어르신은 “복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고 남을 칭찬하면 복을 만드는 것”이라며 “1년에 2만 개씩 ‘예인조복’이라는 글씨를 써서 여기를 찾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가 어두운 퇴계 종가의 이근필 어르신에게 이 PD는 필담으로 인사와 취재요청, 다음 방문 인사까지 전한다.이치열 기자 truth710@mediatoday.co.kr
 

이 PD는 다시 큰 절을 하고 퇴계 종가를 나섰다. 이 PD는 안산의 이주노동자를 촬영한 2001년 KBS 다큐 ‘국경없는 마을’을 언급하며 “당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컥하게 한 것은 이주노동자의 손 잘린 모습이 아니라 한국에 대해 ‘아버지 같은 나라’라고 웃으면서 얘기하는 모습이었다”며 “퇴계 어르신의 삶을 보면 울컥하게 하는 진정성이 있다. 우리는 그걸 카메라에 담고 싶어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4시. 이번에 방문한 종가는 예안이씨 충효당. 93세 노모를 홀로 모시고 있는 종손 이준교(68) 어르신 댁이다. 이 충효당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나서 순국한 뒤 임금으로부터 하사 받아 지어진 집으로, 처마, 대청마루, 문틀 등에서 당시 조선의 건축 양식이 묻어나 현재 보물로 지정된 문화제다.

애초 촬영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곳은 이 PD가 현장에서 이곳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매료돼 줄곧 찾게 됐다. 17대 종손인 이준교 어르신은 지난 2004년 30여 년간 일해 온 언론사를 그만두고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왔다.

그러나 TBC 기자, 계간 미술 편집국장, 삼성재단 문화사업실장 등을 역임했고 독도박물관 추진, 무지개 행진곡 작사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두각을 보인 그를 키운 종가 어머니의 ‘정성’과 ‘사연’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이날도 쉽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직 이 ‘외부인 PD’에게 마음을 열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이 PD는 ‘어머니’를 모시고 이날 저녁을 같이 먹으려 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에게는 이마저도 무리였다.

이날 이 PD는 모자(母子)의 과거 사진 수십여 장을 카메라에 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보수색이 짙은 안동의 종가를 찾아다니면서 ‘빨갱이’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몇 시간 동안 ‘훈육’을 받기도 했다는 이 PD. 그래도 그는 촬영을 못했지만 이날도 “기다리는 게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내보였다.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내 ‘권위적’이라고 짐작됐던 이 PD에 대한 고정관념이 산산 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벽에 붙은 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밥 좀 먹으세요’라고 우리한테 얘기하면 저희는 ‘없는 존재입니다. 투명인간입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의 존재감이 드러나면 안 됩니다. 그래야 촬영 대상자들이 마음을 열고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 것을 깨게 됩니다.”

저녁을 먹은 뒤 저녁 8시부터는 이날 촬영분을 외장 디스크 두 곳에 나눠서 저장하고, 다시 검토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날 촬영분이 저장되는 사이 충효당 대청마루에서 제작진과 이준교 어르신은 둘러 앉아 수박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이준교 어르신은 “TBC 시절 ‘적도 따라 세계일주’, ‘남북극 탐험’ 기획을 해놓고 보도를 못해 지금도 아쉽다”며 “독도박물관에서 말년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자정이 가깝도록 이준교 어르신은 꼿꼿한 자세로 또박또박 못 이룬 ‘꿈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이 PD는 다큐물에 실제 담지는 못하고 있지만, 안동을 취재하며 향후 한국 다큐를 이끌어갈 아이템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세계 60여국 촬영을 해본 이 PD는 “이준교 어르신의 삶처럼 우리 일상의 얘기를 담고 인물의 속마음을 꺼내 캐릭터를 잘 살리는 한국적 다큐가 승산이 있다”며 “국내 다큐계에서 3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물들이 쏟아질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낮은 곳으로 임하라’, ‘내가 먼저 가서 깨져라’고 제안하는 이 PD. 주류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지금, 그는 척박한 땅을 일구며 ‘조용한 혁명’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조용한 혁명’은 벌써 시작됐지만 아직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날 이 PD와 제작진은 충효당 모자와 함께 풍산 장터로 나섰다. ‘어머니’가 이날은 마음을 열었을지 궁금해진다.   

 

   
이성규 독립PD.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성규(49) 독립 PD는 춘천 태생으로 한림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지난 1990년 춘천 KBS FM의 클래식 작가로 방송을 시작해 DJ, 리포터, 시보 아나운서를 거쳐 시사,교양,드라마쪽을 거친 뒤 다큐에서 ‘숨은 적성’을 발견했다. 이후 독학을 통해 다큐, 익히고 인도, 네팔, 이주노동자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지난 2000년 <보이지 않는 전쟁-인도 비하르 리포트>를 비롯해 수십여 편의 방송 다큐를 제작해 왔다.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출신의 노동자 가족의 삶을 3년 동안 촬영하여 그들의 귀향 과정을 그린 지난 2004년 KBS 설날 특집다큐 <어떤 귀향>은 시청률 14.8%로 MBC <아마존의 눈물> 방송 이전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곤 감독과 함께 제작해 지난 2007년 에서 방송된 다큐 <천상고원 무스탕>은 외주 제작진 최초로 한국PD대상 촬영상을 받기도 했다. 작년에는 다큐 <오래된 인력거>로 세계적 권위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 이성규 PD는 ‘종가’를 주제로 한 2부작(120분) 추석 특집 다큐를 제작 중이며, 한 종합편성채널과 다큐 계약을 맺었다. 또 ‘보수주의자들도 울고 나갈 다큐를 만들자’며 쌍용차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당신과 나의 전쟁>의 속편을 기획 중이다. 영화 가타카, 블레이드 러너, 매트릭스를 감명 깊게 봤고, 영화 ‘송환’의 김동원 감독을 보면서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인도에서 인연을 맺게 된 아내 김은정 씨도 독립PD로 함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 연출하다 현재는 경북대 북문 앞에 위치한 인도음식 전문점 ‘인도방랑기’를 운영 중이다. 슬하에 1살, 5살 자녀가 있으며 취재진에게 “언제나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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