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거대 언론사들이 컴퓨터 온라인시장에 대거 참여, 미디어 산업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PR뉴스와이어는 자신들의 독립서비스와는 별도로 아메리카온라인에도 동시에 기사를 공급하고 있다. 타임지도 기사를 보낸다. 미국 3대 전국 TV네트워크 중 ABC와 NBC도 기사공급자이며 유명 경제주간지인 비지니스위크도 참여하고 있다. 케이블TV인 MTV마저도 프로그램과 음악기사를 싣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연합통신, 주요 일간지, KBS, MBC가 천리안이나 나우누리에 기사를 보내거나 토론마당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활자매체가 방송보다 뉴스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언론계의 상식을, 활자가 꼭 종이에 찍혀야만 했던 시대의 푸념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실제 지난 11일 컴퓨터 거인 IBM사가 로터스사를 33억달러에 매입, 소프트웨어업계 사상 최대규모의 기업합병 거래로 일컬어진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로이터통신은 아메리카 온라인 가입자들에게 해설까지 곁들인 기사를 이날 오후 3시 27분께 활자로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24시간 동안 매30분 마다 반복되는 CNN의 헤드라인 뉴스채널은 3시 30분에야 뉴스를 띄웠다. 속보 경쟁의 세계에서 3분은 짧은 시간일까.

컴퓨터 온라인 서비스는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정보기술의 석기시대인 70년대 대형 컴퓨터 ― 먹통 단말기 ― 시대에도 있었다.

새로운 현상은 소수 엘리트기관이나 사용하던 글로벌네트워크가 싼가격과 쉬운 사용법을 채택함으로써 수백만 대중에게 공개된 것을 비롯, 기존 거대 언론사들이 대거 컴퓨터 온라인서비스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더 타임, 더 선 등과 미국의 TV가이드 및 폭스TV네트워크를 소유한 미디어 재벌 ‘뉴스코퍼레이션’은 미국의 텔레커뮤니케이션 거인 MCI와 20억달러 밴쳐기업을 출범시켜 온라인서비스시장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즈 95에 끼워팔기식으로 제공되기로 한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언론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다.

이밖에 주목되는 것은 정보홍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 분야에 관심이 집중된 전문고객을 상대로 한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메리카온라인이 초보적인 형태로 개인 혹은 단체에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시작한 퍼스널저널 온라인 서비스가 더 눈에 띈다. 이 서비스는 회사원들을 상대로 매월 30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제공되는데 초보적 정보 필터링 기능을 사용, 고객의 개인별 주요 관심분야 기사가 클로우즈업돼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18개월마다 가격 대비 성능이 2배로 성장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과 한해에 2배씩 전송효율이 성장하는 통신기술이 선도하는 정보기술혁명의 물결이 90년대 미국 미디어 산업의 춘추전국 시대를 불러오고 있다. 전화회사가 케이블TV회사를 사들이고, 소프트웨어회사가 온라인 서비스에 뛰어들고 잡지사가 위성방송망을 사들이는 미디어산업의 지각변동의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단지 미국의 자유경쟁체제가 어떤 형태로 미디어산업을 재편할 것인지가 주목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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