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종식이후 사회주의권이나 자본주의권에서, 그리고 제3세계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시대적 조류중의 하나로 우리는 시민사회의 정착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1987년 6월항쟁과 7, 8월의 노동자투쟁이 갈림길이 돼 시민사회가 정착될 수 있는 징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자율적 중간집단들의 출현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주화가 내실있게 이뤄졌는가에 대해서는 공허한 점들이 많으나 경실련, 공선협과 같은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결사체들이 기존의 제도정당 못지 않게 정부정책을 시민세력의 자기표현으로 비판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환경운동, 반핵운동, 인권운동, 소비자운동, 여성운동 등과 같은 이른바 신사회운동 등이 시민사회에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도 전통적인 구사회운동인 노동자·농민의 운동으로 환원될 수 없는 새로운 계급연합적인 운동이 활발해 지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의 언론은 획일화된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원사회의 언론은 각기 다양한 정치적 이념을 추구하는 매체들이 공존하는 구조적 다원성에 의해 보도내용의 객관성, 형평성, 다양성,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언론구조의 보수주의적 획일성은 정당구조의 보수주의적 획일성과 맞물려 정책중심적인 언론보도가 실종되고 정당들간의 다원적인 정책대결마저도 실종되고 있다.

다원주의적 사회에서 사회구성체들간의 기회균등은 사회적 세력분포의 불균형이 균형을 갖도록 기존 세력분포중 불리한 측에게 공시적 권한과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익집단들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참여기회는 기존의 이익집단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는 권한, 집단규모, 영향력 등의 사회적 분포에 따라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참여기회가 위협받고 있는 정도를 기준으로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수계층의 사회적 언로에 대한 참여의 기회균등은 시민사회의 정착에 중요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언론보도에 바로 이러한 원칙이 고수되지 않으면 진보세력의 제도권 진출이 차단될 수 밖에 없고 기존의 정치권만이 지속적인 안정을 누리게 된다. 정치의 발전은 보수와 진보세력 간에 견제와 정책대결이 가능할 때만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한국언론구조의 보수주의적인 획일성은 바로 시민사회의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미디어 오늘>은 제도언론이 담지할 수 없는 시민사회의 진보적인 의식을 담지하는 대안언론으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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