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중앙일보 이찬삼 편집국장은 24일 중앙일보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월간조선>과 <신동아> 7월호의 ‘동토잠행기’ 조작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자신의 북한잠행은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아>엔 국경통행증을 갖고 있다고 나오고 <월간조선>엔 불태웠다고 나오는데.

“갖고 있다. 월간조선에는 내가 통행증을 불태웠다고 나와 있는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지금이라도 통행증을 공개하면 되지 않는가. 기차표 등 다른 물증도 있지 않겠는가.

“‘동토잠행기’를 연재하기 전에 이미 신성순 편집국장을 비롯한 중앙일보 간부 3명에게 통행증을 보여준 바 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통행증내용공개는 통과한 해관(세관)과 잠행경로를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수십명을 살인하는 행위가 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놓고 싶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그렇게 할 수 없다. 내가 북한을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다른 여러 물증을 막 챙겼겠지만 이미 3번 다녀왔기 때문에 그런 것 신경 안썼다”

그렇다면 밀입북 증거가 없지 않은가.

“북한 해외선전용 신문 <통일신보> 1월 28일자에 ‘남조선 첩자 이찬삼이 매춘부를 고용해 조국에 들어와 첩자행위를 했는데 이 죄과는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다’는 기사가 실렸다. 또 2월 중순 내가 아는 어느 친북인사가 북한 해외동포원호위원회 부위원장 정경남에게 들었다며 ‘이찬삼이 북에 들어 온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연변과 북한의 실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돈으로 얼마든지 가짜여권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 것이다. 강성산 총리의 사위 강명도 탈출기에도 그런 내용이 적혀 있다. 시카고에서 만난 정모 목사도 내가 잠행하기 전에 같은 방법으로 들어갔다. 사실 내가 밀입국한 방법도 정모 목사에게 들은 아이디어를 통해서다”

오달공사 한몽룡 처장을 아는가.

“잘 안다. 한씨는 처장이 아니라 무직자다. 한씨는 창란젓 프로젝트 관계로 알게 됐고 연변에서 내 안내원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잠행계획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다. 한씨는 북한으로 밀입국하기 전 연변과 북한의 상황을 1차 체크하고 연변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근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났을 뿐이다. 한씨를 북한에 보내 방북 가능성을 타진한 것은 내 밀입북 계획을 북한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한 연막이었다”

한씨 등 월간조선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밀입북 부인’증언이 사실인가.

“그들은 연변지역의 관료들이고 북한과 사업적으로 깊은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잠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공범이 되는데 사실대로 말하겠는가. 잠행 이후 한씨에게는 북한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원이고 북한에 가족이 있는 한씨가 그 사실을 제대로 말할 수 있겠는가”

<월간조선> 기자는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12월 11일엔 반드시 북한에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한씨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박양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씨는 기록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만일 기록이 있다면 돈을 받고 일부러 꾸며 썼을 것이다. 한씨가 북한에 들어가려고 11월 29일 떠났다고 했는데 그는 입북준비로 훨씬 전에 나와 헤어졌다. 한씨가 북에 들어간 뒤 며칠간 나와 통화를 했다는 말도 사실무근이다”

그렇다면 한씨와 헤어진 기간에 들어갔는가.

“밝힐 수 없다. 단 잠행기간은 길지 않았다. 3차례의 방북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잠행기에 그전에 취재한 내용을 일부 덧붙인 것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동토 잠행기’ 첫호에 사진으로 실린 국경세관의 다리가 <신동아>의 취재결과 끊어져 사람이 왕래할 수 없는 다리로 밝혀졌는데.

“내가 어느 곳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 연막을 친 것이다. 중국 복장을 한 것도 북한당국이 어느 복장으로 들어왔는지 혼란을 일으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한씨가 그 사진을 자신이 찍어줬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동토잠행기’와 <옥화동무 날 기다리지 말아요>를 비교해보면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건 북한 당국이 잠행경로와 만난 사람들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묘사한 부분이다. 북한의 어떤 지역 모습을 제대로 묘사하면 금방 들통난다. 월간 <길>
지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을 때 의도가 맞아 들어가는구나 하고 쾌재를 불렀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어긋나게 쓴 것 말고도 실제 상황과 다른 묘사가 상당 부분 있다고 지적했는데.

“기차역에 대한 묘사, 함경북도 지방에서 쇠고기를 산 일 등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는데 분명 사실이다. 북한에도 밀도살이 있고 밀도살꾼에게 쇠고기를 살 수 있다. 한씨가 말하는 호화스러운 기차역은 평양에 있는 역이다. 국경지방에 있는 역은 내가 묘사한 그대로 비참하다. 아직도 일반 인민이 타는 기차는 유리창이 없다. 왜 직접 북한을 취재한 내 말은 믿지 못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어긋나게 썼다는 사실을 왜 미리 밝히지 않았는가.

“솔직히 말해 그 당시엔 내가 한 일을 높게 평가받고 싶은 소영웅적인 흥분상태에 있었다. 인간적 욕심때문이었다”

언론학회에서는 사실을 밝힐 결정적 물증이 없으면 상을 취소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충분히 얘기했다. 학자들이라 충분히 수긍하리라 믿는다”

<월간조선>에 대해 대응조치를 취한다고 했는데.

“이미 <월간조선>에 반론권을 요구했다. 똑같은 분량으로 반론을 하겠다고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정보도, 명예훼손, 손해배상 등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내가 지금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 거주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할 예정이다”

소송에 들어간다면 물증을 제시해야 할텐데.

“충분히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밝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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