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이 기대했던 만큼 불꽃튀는 논쟁이 벌어지지 않는데 대해서는 방송사 관계자나 후보자 모두 할 말이 있다.

TV토론을 준비한 방송사 실무자들은 후보자들이 몸을 너무 사리는게 불만이다. 자기의 장점을 드러내기 보다는 ‘실수를 덜 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KBS 실무책임자인 양희부 보도제작국장은 “후보자들이 위험부담을 크게 느껴서인지 토론을 안하려고 한다. 지나치게 방어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후보자간의 난상토론이 현행 선거법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그 역할을 방송사가 대행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방송사와 후보자의 관계는 ‘포수’와 ‘사냥감’의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후보자가 도망간다고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악착같이 쫓아가서 무는 토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사회를 맡았던 MBC 정동영차장(보도국)은 “후보자들이 공격적인 논쟁에 익숙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토론과 정견발표를 혼동하는 경향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후보자가 약간의 ‘과외공부’만 한 다음 토론에 임하고 있는 것도 토론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부가 안돼 있기 때문에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핵심과 상관없는 ‘딴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후보자들도 불만이 있다. 지나치게 단답형 질문을 요구하거나 후보자들을 골탕먹이는 식의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인데도 “2분안에 답변하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맞추다보니 ‘용두사미식’으로 답변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과거전력’ ‘인신공격식’ 질문이 많은 것도 후보자들의 원성을 사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교조 문제와 신민당 폭력 전당대회 문제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던 정원식, 박찬종후보가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조순후보 선거대책위의 이두엽홍보위원장은 “후보자가 무엇을 말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각과 스타일이란 측면에서 조순후보가 떨어진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이런 비본질적인 요소에 유권자들의 판단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게임의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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