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금일까.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의 BBK 관련 소송 대법원 선고일이 오는 18일로 확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전 의원이 최근 ‘나는 꼼수다’에서 BBK 관련 의혹을 다시 파헤치면서 진실 공방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2년 가까이 미뤄져 왔던 선고 공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0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BBK 저격수로 불렸던 정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오는 18일 선고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정 전 의원은 구속 수감되고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지난 2009년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와 증언을 종합할 때 정 전 의원이 공표한 내용은 주요 부분이 허위사실임이 인정된다"면서 "관련 내용을 공표할 때 확보한 자료의 진실성이나 작성 경위 등에 대해 관련자 확인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고 의혹제기 수준을 넘어선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의혹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또 "(정 전 의원은) 금융감독원 조사나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 제기나 이 후보 주장의 모순점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넘어 기소나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거나 추측을 근거로 (이 후보나 한나라당의) 해명이 거짓이고 BBK가 이 후보 소유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11일 방송된 ‘나는 꼼수다’ 14회에서는 정 전 의원의 재판 소식이 주요 화제였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감옥에 갈 걸 대비해 좁은 방에서 자는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술도 끊었다”고 밝혔다. 김 총수는 “BBK에 관련된 다른 재판은 모두 무죄로 결론이 났다”면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형 1년이 나온 전례가 없다”고 항소심 재판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총수가 “3년 가까이 끌어 왔던 재판을 이제 와서 선고를 하겠다는 건 ‘꼼수’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정 전 의원이 “‘꼼수’에서 우리가 한 건 각하에 대한 뜨거운 존경과 찬양, 그거밖에 더 있느냐”고 너스레를 떨었고 김 총수가 “부족했다는 거지, 아니면 쑥스러우셨던가”라며 맞장구를 치는 등 특유의 블랙 유머를 이어가는 분위기였다.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고 있는 김용민 PD는 미디어오늘과 전화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와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면서 “이미 BBK의 실체가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해 정 전 의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PD는 “만약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다시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내려보낸다면 정 전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셈이고 원심을 그대로 인용해 징역형을 선고한다면 정치적 압력 의혹과 함께 정 전 의원을 스타로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 쪽이든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거라는 이야기다.

이날 방송에서 김 총수는 “다음 주에도 정 전 의원의 방송을 듣고 싶지만 방송 예고를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나는 꼼수다’ 다음 방송은 18일 오후인데 선고 공판은 오전 10시다. 징역형이 확정되더라도 전직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고려해 법정 구속을 하지는 않겠지만 최악의 경우 다음 방송이 정 전 의원의 마지막 방송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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