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잠행기’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고 있지만 핵심내용, 곧 △이찬삼국장이 북한에 들어간게 사실이냐 △만약 사실이라면 잠행기간은 얼마인가라는 의문은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러 의문에도 불구, 열쇠를 쥐고 있는 이국장이 ‘취재원 보호’라는 명목으로 이 부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월간조선>은 잠행기와 <옥화동무 날 기다리지 말아요>를 토대로 이국장이 연길에 있었던 11월16일부터 중국을 떠난 12월20일 사이 그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11월16일부터 29일 사이엔 오달공사 한몽룡씨와 함께 지냈고 △12월6일에서 13일 사이에 북경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므로 잠행이 가능했다면
그 시기는 11월29일부터 12월6일 사이라고 추정했다.

월간조선은 이를 다시 좁혀 11월29일부터 3일간 북한에 들어간 한씨가 연길의 이국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12월1일에는 연길에 있었던 것이 여러사람에게 목격됐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잠행가능 기간은 12월2일부터 6일 사이인데 이 기간동안에는 북한에 농민시장이 서지 않기 때문(끝자리가 1일인 날 개설)에 자연 농민시장을 구경했다는 잠행기의 내용은 거짓이고 잠행사실 또한 사실과 다르다는 논리를 폈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이국장은 11월29일부터 3일간 자신과 통화를 했다는 한씨의 증언을 부인하고 있고 월간조선도 구체적으로 12월1일 목격자에 대해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국장의 주장을 1백프로 수용할 경우 그는 12월1일, 끝자리가 1자인 날 북한에 있었을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 잠행, 농민시장을 둘러봤다는 그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옥화동무…>를 보면 그가 잠행 6일째 되는 날 농민시장을 구경했다고 기술돼 있다. 도저히 물리적으로 시간을 맞출 수 없게되는 것이다. 이틀을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10시간 기차를 탄 후 난이엄마 오빠 집에 하루를 머물렀고, 아파트주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 후 6일째야 농민시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는 그의 증언은 11월29일을 잠행시작 기간으로 잡아도 이야기가 맞지 않는다.

이에대해 이국장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묘사했다고 빠져 나갔다. 잠행기간도 길지 않았으며 일부 내용에는 그전 세차례의 방북경험도 포함돼 있다고 한발을 뺐다.

이를 면밀히 살펴볼때 이국장의 잠행이 설혹 사실이더라도 극히 짧은 기간에 불과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중국과 북한 국경부근에 1박2일 코스로 북한 국경지역에 넘어갔다 오는 일종의 비밀관광이 행해지고 있다며 여러정황으로 볼때 이국장도 11월29일부터 12월6일 기간동안 이같은 비밀관광을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보다 더 엄밀히 이국장의 행적과 글을 살펴본 언론인들은 이국장의 르뽀기사 정도면 연변지방에서도 충분히 듣고 쓸 수 있는 내용이며 북한지역 여행이 극도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들어 상당부분 ‘카더라 방송’과 그의 과거 방북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썼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잠행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증거를 내밀지 못하고 교묘한 말로 빠져 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주장한다.

이국장이 북한에 잠입했느냐, 만약 잠입했다면 며칠이냐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처럼 기사의 진위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졌던 경우가 별로 없고 그 내용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시비비는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국민들이 놀랐고 세계가 놀랐던 사안이기 때문에 보다 더 명확한 입증이 필요하다.

열쇠는 이국장이 쥐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취재원 보호’를 일면 인정하더라도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 정 곤란한 사안의 경우 비공개로 하더라도 명백히 진실을 밝힐 때가 온 것이다. 언론의 신뢰를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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