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정치의 무대가 의회 또는 유세장에서 TV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돈은 묶고 말은 푼다”는 통합선거법은 후보자들의 TV토론을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별회견 형식의 후보자간 비교도 가능하다. 정치광고, 연설방송, 경력방송도 할 수 있다.

서울시장 출마 후보자를 비롯, 전국 15개 시·도지사 후보들은 이미 한두차례 TV 토론이나 특별회견을 통해 공직수행 능력및 자질을 검증 받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미디어 정치’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입체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가장 잘 반영하는 정치형태라는 의견도 있다.

합동유세로 대표되는 이제까지의 선거방식은 각 후보자의 “내가 제일 잘났다”는 선전과 주장의 반복이었다.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다.

그러나 TV토론은 후보자간의 비교와 차별화를 가능하게 한다. 정책의 현실성 여부, 공직자로서의 자질, 답변태도를 통한 위기관리 능력 등 후보자의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후보자의 곤혹스러운 표정, 질문의 핵심을 얼렁뚱땅 피해가는 태도, 미묘한 감정의 변화조차 유권자의 냉혹한 심판의 대상이 된다.

유권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 또한 엄청나다.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 가운데 41%가 “TV토론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TV토론에 응하지 않았던 부산의 문정수후보는 그 자질을 의심하는 지역여론에 밀려 최근 토론회에 나섰다. 첫번째 토론회에서 상대후보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은 인천 최기선 후보는 이후 토론에 응하지 않고 있다. 최후보는 그러나 “떳떳하지 못하다”는 지역민들의 부정적 반응에 크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토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의 반영이다.

부정적인 견해도 물론 적지 않다. 유권자들이 재치문답식의 말솜씨나 후보자의 이미지, 스타일 등 ‘감성적 요인’에 좌우될 우려가 높은 것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래서 미디어 정치는 아직 실험단계다. 유권자나 정치인, 방송사 모두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 첫 걸음은 부분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질서와 규칙’을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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