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일보 지면이 ‘놀랍도록’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연속으로 보도돼 언론계에 큰 화제를 모은 <위기의 공영방송> 특집뿐만이 아니다. KBS 기자 도청의혹, 김재철 MBC 사장 사표 소동 등 언론 현안뿐 아니라 희망버스, 4대강 같은 민감한 사회 쟁점에도 과감한 시도, 힘있는 목소리가 느껴진다는 평이다.

언론문제에 대한 입장은 한겨레·경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진보적’이다. 지난 7월 중순 MBC가 외부 출연자의 사회참여·대외활동을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하자, 한국일보는 기사·칼럼을 통해 MBC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희정 문화부장은 21일자 칼럼에서 “이번 일은 언론사이길 아예 포기한 행위”라고까지 썼다.

비록 다른 사설(17일자)은 “(MBC가) 영향력이 큰 방송과 인기 연예인의 결합이 가져올 사회적 파급효과를 걱정해 이런 장치를 마련한 것은 이해가 된다”고 해 어정쩡해지긴 했지만, 큰 흐름은 분명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공영방송 특집은 내용과 관점도 의미가 있었지만, 언론학자 42명을 ‘무작위 추출’해 폭넓은 의견을 반영한 시도가 특히 돋보였다. 한국언론학회 소속 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상파의 공영성이 낮다고 평가한 학자는 64%에 이르렀고, KBS 측의 도청의혹 대처, MBC 측의 소셜테이너 방송 규제에 대해서도 각각 83%, 69%가 비판 의견을 냈다. 한국은 이외에도 KBS·MBC의 제작진 자율성 훼손, 종편과 경쟁 등 외부환경 악화, 정치적 독립성 확보의 대안에 관해서도 집중적으로 짚었다.

지난 7월 30일 부산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진행된 3차 희망버스에 대한 한국의 시각은 결코 진보적·친노동적이라 보기 어렵다. 7월 27일, 8월 1일, 8월 3일 잇따라 나온 칼럼·사설은 한진중공업과 조남호 회장의 책임을 분명히 물으면서도, 희망버스 또한 법과 원칙을 무시한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은 희망버스에 ‘동승’했다. 정치권·시민사회단체 관계자뿐 아니라 왜 수많은 시민이 희망버스에 타는지, 언론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 함께 버스에 오른 것이다. ‘적대’하면 ‘배제’해놓고 보는 대다수 언론의 습성과 사뭇 다른 선택이었다. 이 기사는 1일자 신문 6면에 <“남의 일 아니다…나도 언제든 일터에서 밀려날 수 있다”>란 제목으로 매우 비중있게 실렸다.

대다수 보수·중도 언론이 애매한 태도를 취하거나 사안을 축소하고 있는 최근 폭우 피해와 4대강 사업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한국은 과감히 문제제기를 던지고 있다. 구미지역 단수사태부터 시작해, 경북 칠곡군 ‘호국의 다리’ 붕괴, 경북 성주군·고령군 침수, 낙동강 지류 역행침식 등 많은 피해가 4대강 사업이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25일자 신문에서는 정부가 약 10억원을 들여 ‘4대강 백서’를 추진하는 데 대해 객관적 기술을 보장할 수 없는 ‘치적 홍보용’이라는 비판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한국의 최근 ‘변신’에 대해 회사 안팎에서는 지난 6월 이충재 편집국장 취임 이후 달라진 편집국 분위기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이 많다. 이 국장은 취임 직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신문 위상이 굉장히 처졌다는 평가다. 색깔이 없다고들 한다. 우리는 ‘적극적 중도’나 ‘개혁적 중도’라고 주장해왔지만, ‘기계적 중립’이나 ‘눈치 보는 중립’이 아니었는지 반성해본다”며 “힘있는 신문, 비판적인 신문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국장은 이어 “그러려면 혁명에 가까운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피와 눈물과 땀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하고 조금 더 늦게 퇴근하고 조금 더 취재하고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분명 한국 지면에는 ‘눈물과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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