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동남권 대표 일간지 부산일보에서 지역밀착형 주간신문 ‘김해뉴스’ 창간을 준비한다는 소식과 함께 객원기자 제안을 받았다. 조건은 세 가지였다. “광고 없이 한 면 전부를 할애해 주겠다. 취재와 기사 작성에서 완벽한 독립을 보장하겠다. 대신 원고료는 엄청 짜다”. 음식 관련 글을 끼적이던 일개 블로거에게는 과분한 조건이었고, 지역 중심의 글쓰기를 지향해 오던 평소 신념과도 부합했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부산일보가 전액 출자한 김해뉴스는 대표와 편집국장, 팀장급 경력 기자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공채를 통해 선발했다. 그렇게 해서 구성된 제작 인력은 12명. 단출하지만, 진정한 풀뿌리언론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뭉친 제작진은 2010년 12월 1일 창간호를 발행했다.

내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부자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자’의 처지였지만 김해뉴스를 통해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정보의 착시현상 혹은 불균형이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수 없이 다양한 언론이 존재하고, SNS를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소통되고 있지만 정작 지역의 뉴스와 정보는 외면당하고 있었다. 이건 마치 지방과 단백질로만 이뤄진 식단을 보고 완벽한 밥상인양 착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둘째 지방권력은 감시와 비판에서 거의 완벽할 정도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정도나 돼야 언론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뿐, 일상적이고 관례화된 불합리와 부조리는 관행처럼 인식되고 있었다.

김해뉴스는 이런 ‘판’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철저히 지역의 이슈에 천착하고 아울러 권력의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다. 권력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랩독(애완견)이 되기보다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감시견)이 되었다. 이러니 지역의 토호세력과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권력과 멀어질수록 오히려 독자와의 거리는 좁혀져 갔다. 10호 정도 발행되니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격려성 광고가 줄을 이었으며 익명의 독자들로부터 후원금이 답지했다. 청소대행업체 선정의 의혹과 부실을 폭로한 기사에 발끈한 김해시가 김해뉴스의 구독을 전면 중단하자, 환경미화원 노조가 그보다 많은 정기구독자를 모집해 주기도 했다. 신념이 확신으로 바뀌니 이제 갓 1년차에 접어든 신입기자들조차 안광의 밝기가 달라졌다. 기자들이 왜 그렇게 언론인의 사명을 부르짖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김해뉴스에 필자가 연재중인 기사.
 
나는 김해뉴스에서 ‘맛을 찾아서’라는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단순한 ‘맛집’을 찾기 보다는 지역의 음식과 식당이 가진 스토리를 발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관점을 바꾸니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새벽시장의 수제비 좌판에서부터 제조업체의 사원식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을 찾았다. 맛이라는 소재는 지역을 보는 또 다른 프레임이었다.  

창간 초기 취재를 가보면 ‘듣보잡 찌라시’의 등장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취재 의도를 설명하기보다는 취재비나 광고료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였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짜 음식도 사절이다. 기자가 음식값을 지불하니 업주들은 오히려 불안해 한다. 객원기자 섭외시 유일하게 요구했던 조건이 취재비를 달라는 것이었다. 관행처럼 굳어진 부조리부터 바꾸고 싶었다.

1인 매체인 블로그식 글쓰기에 익숙했던 습관을 버리고 정해진 원고 매수와 마감 시한을 지키는 것은 여전히 난제다. 하지만 풀뿌리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여느 매체처럼 지면에 소개된다고 해서 대박 행진이 이어지지는 않지만, 의외의 반응에서 보람을 얻는다. 기사를 본 당사자들로부터 예외없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감사의 말을 듣는다. 그들이 초심으로 돌아갈 때, 그 혜택은 고스란히 독자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박상현 김해뉴스 객원기자
 
인터넷을 앞세운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등장과 SNS의 약진으로 기존 종이신문은 위기를 넘어 종말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해뉴스는 세상을 향해 묻는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창간 이후 지금까지가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답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 객원기자라는 ‘관계자’로 함께할 수 있음에 새삼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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