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국방부가 때아닌 색깔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가 최근 시중에 배포한 6·25 포스터에 대해 조선일보가 “6·25를 도발한 북한의 침략성과 불법성을 외면했다”고 정면으로 문제를 삼은 것이다.

국방부가 공모를 통해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 포스터는 피묻은 태극기를 배경으로 국군 장병과 인민군 사병이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그림에 ‘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던 아픈 기억 6·25’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조선은 14일 상자기사에서 “국방부의 이같은 시각을 연장할 경우 6·25는 동족상잔의 ‘명분없는 전쟁’으로까지 비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공격했다. 특히 16일자 사설에서는 “문제의 포스터는 6·25를 왜곡하고 있고 북의 전쟁도발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또 “이 포스터가 나온 경위에 대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며 국방부의 ‘사상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국방부의 반응은 “시대흐름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우선 이 포스터의 소재가 용산 전쟁기념관의 상징 조형물인 ‘형제의 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형제의 상’은 북에서 월남해 국군으로 참전한 형 박규철상사와 인민군으로 징집된 동생 박용철씨가 전장에서 총부리를 겨누고 만나야 했던 비극적 실화를 형상화한 것이다.

국방부 담당부서는 지난해 10월 전쟁기념관에 이 형제상이 만들어질때 한국, 경향등 대부분의 언론이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형상화했다” “시민들의 호국의지를 되새겨 주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며 “적으로 만난 두형제의 상이 전쟁기념관에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고 국방부가 포스터로 만들면 문제가 되는 것이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진우 홍보기획과장은 그림의 내용도 국군인 형이 동생인 북한병사를 포용하는 모습으로 정부 통일정책의 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던 아픈 기억”이라는 문구 역시 국민학교 3학년 교과서에 들어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인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이런 내용에 대해서조차 문제삼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곤혹스러운 입장을 털어놓기도 했다.

국방부는 또 당선작으로는 ‘미래지향적’인 포스터를 선정했지만 가작은 ‘북한의 불바다 발언’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정했다며 적대관계라는 ‘현실’과 통일이라는 ‘미래’ 사이에서 나름대로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는 조선의 이같은 문제지적에 대해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출입기자들은 “화합과 통일이라는 남북관계의 미래지향적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출입기자는 “조선의 주장을 국민들의 시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 다수 기자들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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