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선거 관련 방송보도

지난 12일 4대 지방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된 이후 방송 뉴스에서 선거 관련 보도가 급격히 늘고 있으나 ‘여당편향’적인 방송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방송사들이 선거 보도준칙을 정하고 공정하게 선거 방송을 하겠다고 공표한 후에도 이들 선거 관련 기사들이 질적인 면에서 수준 미달이고 균형감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주간의 방송사의 주요 뉴스를 중심으로 선거관련 보도의 불공정성을 살펴보면 먼저 후보 등록 마감일인 12일 MBC는 ‘후보 경쟁률 2.7 대 1’ ‘무소속 출마 많다’ ‘본격 유세전’ 등 모두 13꼭지를 내보냈다.

그리고 KBS는 ‘이색 후보’ ‘ 첫 거리 유세 대결’ ‘유권자 반응 냉담’ 등 9꼭지를 방송했다. MBC의 경우 뉴스의 내용에 있어서 ‘지역 분할’ ‘민주당 선거 전력 차질’ ‘DJ, 지원 유세 공방’ 등 세꼭지를 연이어 편집함으로써 선거를 앞두고 늘상 문제가 됐었던 지역 갈등과 야당 분열상을 부각시켰다.

KBS는 민주당의 선전이 예상되는 광주시장 선거전을 보도하면서 유권자의 반응이 냉담하다는 데 초점을 맞춰 선거 분위기를 냉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이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힌 13일에는 MBC가 선거관련 소식을 ‘기선잡기 총력’ ‘DJ, 지원 유세 쟁점화’ ‘응원전 가열’ 등 12꼭지, KBS는 ‘냉담 반응 속 분투’ ‘혼전양상 두드러져’ ‘DJ, 정당 연설 공방’등 8꼭지를 내보냈다.

양 방송사가 김 이사장 관련 아이템에서 그의 지원 유세가 정계 은퇴 약속을 저버린 기만 행위라고 공박한 민자당 대변인의 육성을 그대로 살려 방송함으로써 연설 자체가 불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여당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 양태를 보였다.

물론 김이사장의 지원유세는 그의 은퇴선언과 관련해 볼 때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언론이 사실 자체를 지나치게 확대, 보도하고 있는 것은 자칫 집권여당의 선거전략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김 이사장이 민주당 후보 지원연설을 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14일 이후 양 방송사는 공히 그의 지방선거 지원 유세가 정계 복귀를 앞둔 정치 활동 재개라고 보는 여당의 시각에서 연일 이 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이같은 언론의 태도는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자치 선거 정국에서 중앙의 정치 싸움으로 국민의 관심을 돌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로인해 반사적 이익을 얻는 쪽이 누구일까도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자치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와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방송은 각 지역의 현안이 무엇이고 후보들이 내건 지역 개발 공약의 허와 실은 무엇인지, 어떤 후보가 바람직한 인물인지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보도의 역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선거를 앞두고 연일 쏟아져 나오는 정부의 선심성 공약은 철저히 배제해 여야 후보나 무소속 후보가 똑같은 조건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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