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문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TV토론’과 관련, 각 방송사들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보안’이었다. 혹시 질문내용이 사전에 특정후보에 유출될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특별회견’ 형식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한 정원식, 조순, 박찬종후보를 한 자리에 모은 KBS는 질문자들에게 방송시간 1시간전까지 질문내용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이날 질문자로 나선 김인규정치부장은 “질문자로 선정됐다는 것은 이틀전에 알았으나 질문내용은 방송시작 1시간전에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KBS는 정치, 경제, 사회부 등 관련부서 기자들로부터 후보자들에 대한 질문내용을 각각 1백여개씩 받아 이를 공통질문과 개별질문으로 분류했다. 이 질문 선정및 분류 과정은 김병호보도본부장과 양희부보도제작국장이 비밀리에 진행해 사전유출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1시간전에 통보한 질문내용도 참석자를 좌석에 따라 갑, 을, 병으로 나눠 “이 항목은 갑에게 질문할 것” 등 질문대상 후보를 미리 정해줘 질문자의 ‘재량권’을 봉쇄했다. 후보자 좌석배치는 방송시작 직전 추첨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질문자는 사전에 자신이 어느 후보에게 질문할 것인지를 알 수 없다.

KBS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질문자들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정당이나 후보자에 기울어지는 듯한 질문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 정치보도에 대한 불신이 어느정도였는지를 엿보게 한다”며 씁쓸한 반응도 보였다. 일부에서는 미국처럼 아예 질문내용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MBC는 토론 3일전부터 여의도 맨하탄 호텔에서 질문자들이 합숙을 했다. MBC는 보안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MBC는 타사와의 차별성을 위해 질문자를 차장급의 젊은 기자들로 선정했다. 질문내용은 질문자가 직접 준비했다. 박찬종후보의 경우 두번의 토론회 모두 합의내용에 없는 토론 말미의 후보자 자유발언 시간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SBS는 질문자가 개인적으로 질문내용을 준비토록 하고 3,4차례 회의를 갖고 조정했다. 투표 전날인 26일 2차토론은 민주당 조순후보가 “토론 분위기가 격해지고 있다”며 불참의사를 통보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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